
병원을 찾지 않고도 집에서 장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시대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 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 '스마일 것(SMILE GUT)'을 선보였다. 기자가 직접 검사를 받고, 리포트를 확인해봤다.
서비스를 구매하면 채변통이 있는 키트가 배송온다. 채변통의 뚜껑을 열면 작은 스푼이 붙어 있는데 그것으로 자신의 배변을 쌀 한알 정도 담으면 된다. 채변한 스푼은 통에 담아 내용물이 새지 않게 꼭 닫고 흔든 후 다시 배송 보내면 끝이다.
약 2주 후에는 검사 리포트가 메일로 온다. 리포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장 건강 지수(GMI)'다. GMI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건강을 측정하는 지수로 미생물 다양성, 염증을 유발하는 미생물, 염증을 억제하는 미생물, 건강한 사람과 유사성을 종합해 점수가 산출된다. GMI가 낮으면 미생물 종 다양성이 낮거나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균이 늘어날 수 있다.
기자의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냉정했다. GMI는 56점으로, 동일세대 평균(63점), 건강인 평균(79점)보다 낮았다. '장 건강 탐색가'로, 관리가 필요하지만 생활습관을 바꾸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장 유형은 '염증 몬스터(O형)'로 분류됐다. 장 속 미생물 균형이 불안정해 염증을 일으키기 쉬운 환경이란 뜻이다. 안 좋은 식단이나 항생제처럼 장에 해로운 요소들이 더해지면 유해균들이 장 속에서 활개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장내 염증을 일으키는 유해균 비율은 12.4%로, 평균 6.5% 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 '주의 상태'로 판정됐다. 반면 염증을 억제하는 유익균, 일명 부티르산 생성균은 34.0%로 평균 24.0%을 크게 웃돌며 '정상 작동 중'으로 평가됐다. 미생물 다양성은 212종으로 '활기찬 초원'으로 분류됐다. 즉, 장내 환경을 지키는 유익균 활동은 원활했지만, 동시에 유해균이 많아 균형이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장내 환경은 피부와 뇌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피부 건강 지표에서는 유익균이 13.5%로 평균 10.3%보다 높았지만, 피부 유해균도 5.1%로 평균 3.0%보다 높았다. 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은 13.2%로 평균 10.3%보다 높았고, 뇌 발달 방해 유해균은 0.1%로 평균 0.9%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 뇌 노화 방지에 좋은 유익균은 35.1%로 평균 21.4% 보다 높았지만, 뇌 노화에 악영향을 주는 유해균 역시 11.7%로 평균 2.8%을 크게 웃돌았다.
평소 아침마다 유산균을 꾸준히 챙겨먹었고, 다른 브랜드의 유산균 2종을 동시에 복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 건강 지수는 동일세대 평균보다 낮았고, 피부·뇌 건강 지표에서도 유해균 수치가 높았다. 잦은 저녁 자리와 외식 등이 원인인 듯 하다.
리포트는 장내 환경 개선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식이섬유와 발효식품 섭취 늘리기, 동물성 지방 줄이기 등을 권장했고, 김치·된장국·귀리 같은 구체적인 음식을 추천했다.
검사 비용은 15만원으로 부담이 없진 않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 구성을 수치로 확인하고, 맞춤형 관리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건강검진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염증 몬스터 O형'이라는 진단은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생활습관을 바꾸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은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단순히 장 건강을 넘어 면역, 피부, 뇌 건강까지 연결된다. 유산균 역시 제대로 알고 식단에 추가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스마일 것은 편리하게 집에서 검사하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