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다 있는데…NH농협, 외환거래 플랫폼 뒤늦은 출시 이유

2025-07-07

[비즈한국] NH농협은행의 외환거래(FX) 플랫폼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요 시중은행이 수년 전부터 비대면 외환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늦은 행보다. 정부가 국내 외환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다 외환 거래량이 연신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은행권에서는 발 빠르게 플랫폼을 구축하고 대응에 나섰다. 후발주자인 농협은행은 외환거래에 힘주는 한편 해외 진출에도 공들이는 모양새다.

NH농협은행이 최근 외환거래 플랫폼의 이름을 ‘FX 올원(allone)’으로 정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플랫폼 출시에 맞춰 6월 23일 특허청에 동명의 상표를 출원했다. 상품 분류는 09·16·35·36·38류로, 지정 상품에는 △FX 마진거래 중계 프로그램 △FX 마진거래용 보안 프로그램 △FX 마진거래·중계업 △FX 마진거래 정보 송신업 등이 포함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중 오픈을 목표로 외환거래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며 “시중은행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비대면 외환거래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왔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 선두로 나선 건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2020년 5월 비대면·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을 출시했다. 2022년 12월에는 토스증권과 손잡고 금융권 최초로 24시간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머지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2023년 1월 실시간 환율을 기반으로 환전, 현물환(단기 외환 거래), 선물환(미래 특정 시점의 약정 환율로 외환 거래), 외환 스와프 거래를 할 수 있는 종합 플랫폼 ‘KB Star FX’을 선보였고, 2024년 9월에는 편의성을 높인 앱 버전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기업뱅킹용 전자 거래 인터페이스(API) 기반 외환거래 플랫폼 ‘eFX’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24년 1월 법인과 개인사업자가 실시간 외환 거래를 할 수 있는 전자거래 플랫폼 ‘우리 WON FX’를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이용자가 정해진 시간에 통화 분할 매매를 할 수 있는 ‘시간 지정가 주문’ 기능으로 타 플랫폼과 차별점을 뒀다. 그러자 2024년 6월에는 IBK기업은행이 2011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비대면 외환거래 시스템인 ‘IBK 인터넷FX/선물환’을 전면 개편해 ‘IBK FXON’으로 재출시했다.

주요 시중은행이 이미 외환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농협은행은 다소 늦게 뛰어든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2024년 초 외환거래 플랫폼 사업 계획을 세우고 업체를 선정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외환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 플랫폼 구축을 서두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 외환거래 플랫폼 구축에 나선 건 국제 정세로 인한 환율 변동성이 큰 데다, 외환 거래액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외국환은행 외환거래 동향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현물환 및 외환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727억 6000만 달러로, 2008년 통계 개편 이후 최대치를 달성했다. 직전 최대치는 709억 1000만 달러(2024년 3분기)로, 2개 분기 만에 기록을 갱신했다.

외환거래 증가 이유로 한국은행은 “4분기에 거래가 줄었다가 1분기에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에 더해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 환율 상승(1분기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 1452.9원)에 따른 환위험 헤지 수요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별로는 국내 은행의 거래 규모는 325억 4000만 달러, 외국계 은행 지점 거래 규모는 402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전 분기 대비 4.8%, 9.6%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외환시장 구조개선 정책을 펴는 것도 업계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당국은 2023년 2월 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순차적으로 실행 중이다. 2024년 7월 1일부터는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오후 3시 30분에서 런던시장 마감 시간에 맞춘 새벽 2시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장 마감까지 움직인다. 개편 이후 지난 1년 사이 하루 평균 현물환 거래량은 전년 대비 16.3% 늘었다. 정부는 운영시간을 추후 24시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농협은행은 외환거래 사업과 더불어 해외 진출에도 힘쓰고 있다. 농협은행은 7월 1일 영국 금융 당국으로부터 런던 지점 설립을 위한 최종인가를 획득했다. 런던 지점은 농협은행의 첫 유럽권 국외 점포이자, 농협은행이 2021년 런던 사무소를 개소한 후 4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런던 지점은 7월 15일부터 정식으로 영업을 개시한다.

농협은행은 이번 개소로 해외에 지점 7개(런던·뉴욕·시드니·홍콩·북경·하노이·노이다), 법인 2개(캄보디아·미얀마), 사무소 2개(양곤·호찌민)를 운영하게 됐다. 농협은행은 런던 지점을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글로벌 IB 사업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삼는다는 목표다. 강태영 행장은 “런던지점을 IB 사업 활성화 및 범농협 시너지 사업 발굴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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