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준 제주한라대학교 인공지능학과 교수/논설위원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미국 서부 여행을 다녀왔다. 이제 지구촌이라 불릴 만큼 지구 반대편 구석구석까지 뉴스나 여행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고 듣고 해서 가깝게 느끼고 있었지만,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보니 역시 미국이라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그 물리적 거리가 참 멀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였다. 일정의 3일 째 되는 날 밤, 여행의 기분을 한껏 느끼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화려하기 그지 없는 라스베이거스 밤거리 이곳 저곳을 걸어 다녔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 거리를 걷다 문득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떠올랐다. 은하계 각지에서 모인 서로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 한 팀을 이루듯, 이곳엔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관광과 유흥을 즐기러 온 관광객만 그런것이 아니라 호텔 프런트의 한국인 직원, 레스토랑의 멕시코 셰프, 카지노의 중국계 딜러. 그들은 각자의 언어와 문화를 간직한 채 미국이라는 하나의 무대에서 조화롭게 일하고 있었다.
그날 밤 숙소에 돌아와서 한국의 출생률 통계를 찾아봤다. 2023년 기준 0.721명, 2024년 그나마 소폭 증가해서 0.748명,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4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이미 20%대에 진입하였고, 2050년이면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출산 장려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출산율이 반등하더라도 그 아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면 최소 20년이 걸린다. 우리에게 20년을 기다릴 여유가 있을까? 지금 당장 텅 비어가는 공장, 인력난에 허덕이는 요양시설, 폐교 위기의 지방 학교들을 보라. 인구 절벽은 이미 현실이 됐다.
많은 선진국들이 이 문제를 이민 정책으로 풀어왔다. 최근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캐나다는 지난 20여년 간 꾸준히 이민자를 받아들이며 경제 활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독일은 2015년 이후 적극적인 난민 수용과 함께 기술 이민자 유치에 나서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했다. 싱가포르는 인구의 약 30%가 외국인일 정도로 개방적 이민 정책을 펼치며 아시아 금융 허브로 자리잡았다.
물론 우려도 있다. 문화적 갈등, 일자리 경쟁, 사회 통합 비용. 하지만 이는 이민을 받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거리에서 다양한 언어가 들리고,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체계적인 정책의 결과가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에만 맡겨져 있다는 게 문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명확한 이민 정책 로드맵이다. 숙련 기술자, 요양 인력, 농어촌 인력 등 필요한 분야를 특정하고, 단계적 영주권 경로를 제시하며, 한국어 교육과 사회 통합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멤버들은 처음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최고의 팀이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인구 절벽이라는 위기 앞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이민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이제 우리도 은하계를 지키는 가디언즈처럼, 세계에서 온 새로운 구성원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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