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환자가 사상 첫 100만명(117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난 130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년 연속 100만명 돌파를 예고하면서 한류 열풍에 'K의료'도 당당히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의료에 대한 신뢰성을 상징하는 한편 의료를 넘어 관광, 치안,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는 의정갈등으로 내국인조차 진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기준 의료기관종별 외국인환자 진료는 의원급이 전년 대비 138.4%나 증가한 반면 상급종합·종합병원은 각각 7.6%, 14.4% 감소했다. 대형병원을 찾는 외국인환자가 줄긴 했지만 기존에도 대부분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의원급 진료가 많았던 만큼 의정갈등 여파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적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환자 방문이 줄을 이었다는 점은 다시 한번 K의료에 대한 신뢰와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국인환자 유치는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인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지출한 금액은 약 7조5039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른 생산유발액은 중형 승용차 19만대 혹은 스마트폰 597만대를 생산하는 것과 맞먹는다.
성장 잠재력은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는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외국인환자 유치는 최근 1~2년간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질적 도약이 필수다.
대표적인 것이 진료과 다변화, 고도화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환자 10명 중 약 7명은 피부과(56.6%), 성형외과(11.4%)를 방문했다. K뷰티 열풍을 타고 우리나라 피부·성형외과 시술이 주목받은 데다 비용마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해 저렴한 이유가 컸다.
특히 지난해 의정갈등 속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대거 피부과, 성형외과로 몰리면서 외국인환자 유치 경쟁이 과열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개원한 피부과, 성형외과 수는 전년 대비 각각 77.2%, 17.2%나 늘었다.
국가의 의료 수준을 평가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의료 접근성이나 의사 수, 치료나 수술 등 의료 서비스 질 등이 대표적이다. 진정한 외국인환자 유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피부과, 성형외과 등 진료과도 중요하지만 암과 같은 중증질환 또는 희귀질환 유치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 두개 질환의 치료 역량이야 말로 국가의 의료수준을 보여주는 잣대인 동시에 K의료 세계화를 앞당길 경쟁력이다.
아쉽게도 중증,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과거 추간판탈출증, 난임·불임 등 치료 역량이 해외까지 퍼지며 우리나라 신경외과, 산부인과를 찾는 외국인환자도 꽤 됐지만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 질뿐 아니라 건강보험, 전자의무기록(EMR) 등 주요 시스템까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이제 K의료가 세계로 뻗어가기 위해선 중증, 희귀질환에 대한 국가적 연구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연관 산업 검토 등이 필요하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