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2024-11-08

“탈의실 혼용·불법대관 등 문제 조사해달라” 민원

교육청, 경찰서 조사 의뢰…“혼용 금지” 경고조치

수영장 측 “탈의실 좁아 발생한 문제…재발 방지”

서울의 한 초등학교 수영장 탈의실을 성인 남성들이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교육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일부 회원들은 “성별을 막론하고 사전 공지 없이 탈의실을 혼용한 사례는 없었다”며 학교와 교육청 측에 재발 방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8일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초등학교 수영장 여자 탈의실을 성인 남성들이 사전 고지 없이 수개월간 사용하고 있다는 다수 민원이 지난달 말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민원에는 “남녀 탈의실이 분명 분리돼있고 여자 초등학생들도 이용하는 공간임에도 수영장 측에서 일방적으로 회원도 아닌 남성들에게 여자 탈의실을 이용하게 했다. 30명 이상의 남성들은 수영장 대표 지인들로 구성된 동호회 사람들로, 수영장 측에 문제 제기를 하자 오히려 그만둘 것을 종용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지난달 19일 오후 2시쯤 일부 여성 회원들은 “남자들이 여자 탈의실을 이용해야 하니 빨리 수영을 끝내고 나오라”는 관계자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 회원들은 당시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그 다음주 토요일인 지난달 26일 여자 탈의실 앞에 모여있는 성인 남성들을 보고 기겁했다. 이들은 여성 회원들이 탈의실에서 나오자 “난 여탕 가야지” 등의 발언을 하며 여자 탈의실 안으로 우르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들이 수영장 측에 문의하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황당한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수영장 관계자는 당시 “여성들하고 함께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문제냐. 법적으로 공지 의무는 없다. 모두 대표 지인들이라 신원도 보장됐고, 60여명의 남성들이 어떻게 한 탈의실만 이용하겠나. 주기적으로 경찰을 대동해 ‘몰카’ 탐지기도 하고 있다. 싫으면 당신이 나가라”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영장 측 해명은 대부분 거짓이었다는 게 회원들 주장이다. 주민등록번호까지 등록하는 기존 회원들과 달리 당시 출입한 60여명의 동호회 사람들은 출입 기록조차 작성하지 않았으며 경찰을 대동한 불법촬영 카메라 검사도 한 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원들이 이를 지적하자 수영장 측은 자체적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해당 수영장은 현재 민간 업체가 위탁 운영 중이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정규 수영 수업 이외에 성인 등을 대상으로 강습과 자유수영도 운영한다. 수영장 측에 따르면 모든 기존 수업이 끝난 후인 주말 오후 수영장 대표가 운영하는 남성 동호회 사람들이 한 달에 1~2회가량 대회 참가 목적으로 수영장을 이용 중이다. 논란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29일 내부 공사로 인한 잠정 휴무 공지를 한 뒤 오는 11일 재개장 예정이다.

이곳은 지난해 말 수영장 불법 대관 문제로 서울시의회의 시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수영장 측은 당시 “불법 대관을 반복해 발각될 시 사용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고 운영을 재개했다. 이번 민원에는 수영장 측이 올해도 허가 없이 불법으로 외부인들에게 수영장을 대관해줬다는 의혹도 담겼다.

이 같은 민원을 접수한 중부교육지청 측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등 위험 요소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의뢰했다. 용산서 측은 지난 4일 “불법촬영 카메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전달했다. 다만 불법 대관 문제는 양측 자료와 법률 자문 등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등에 따르면 허가 없이 공유재산을 수익화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불법성이 확인될 경우 위탁 운영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운영된 해당 동호회는 수영장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만큼 다른 이에게 전대한 게 아니므로 불법일 수 없다는 게 수영장 측 입장이다.

논란이 일자 학교와 중부교육지청은 전날 수영장 측에 “이용 시 성별이 다른 탈의실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중부교육지청 관계자는 “성적 목적을 갖고 침입한 게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 법적인 처벌은 내릴 수 없지만 엄중한 사안인 만큼 학교장에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 조치를 했다”며 “불법 대관 문제는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수영장 측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비정기적으로 남성으로만 구성된 선수들 훈련을 무상으로 진행한 게 맞다”면서도 “초등학생은 물론 일반 회원들의 수영장 정규 이용이 모두 끝난 후였다. 남성 탈의실 사물함과 샤워기 수량이 제한적이라 훈련 인원을 모두 수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른 수영장에서도 유사 사례가 다수 확인돼 별도 공지를 하지 않은 것이고 법적 문제도 없다. 그동안 몰래카메라 관련 문제도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다”며 “그럼에도 민원이 접수된 상황을 엄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관련 기관 조사에 적극 따르고, 앞으로 남성 회원이 여성 탈의실 및 샤워장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 회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영장 측 사과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회원 일부는 더 이상 수영장을 신뢰할 수 없다며 단체 퇴원 예정이다. 이곳에 수년간 다녔다는 회원 A씨는 “수영장 측이 입장문에서 미리 법률 검토를 하고 사전 공지를 하지 않은 척 교묘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관련 기관에서도 ‘증거가 있냐’, ‘법적 제재가 어렵다’ 등의 이유를 들어 처음에는 미온한 반응을 보였다”고 토로했다. 한 학부모 역시 “불법 대관과 관련한 교육청 권고에도 편법으로 또 같은 행위를 하고 거기서 다른 문제까지 불거진 것 아니냐”며 “어린 자녀들이 다녀 더 걱정이다. 교육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수연·윤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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