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혹을 훌쩍 넘겨서도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삼성 오승환(43)이 올 시즌 은퇴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현역 최고령 선수로 뛰고 있는 1983년생 최형우(KIA)와 1984년생 노경은(SSG)이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의 한가운데에서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하며 든든히 팀을 이끌고 있다.
노경은(41)이 지난 31일 SSG 소속으로 개인 통산 100홀드를 기록했다. 노경은은 이날 인천 NC전에 구원 등판, 1⅔이닝을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25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개인 통산 111번째 홀드이자, SSG 소속으로 거둔 통산 100번째 홀드.
두 팀은 이날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며 상대 투수진을 괴롭혔지만, 노경은은 안정된 투구로 NC 타선을 잠재우고 팀에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SSG 이숭용 감독은 경기 후 “김민과 노경은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합작한 부분이 승리를 지키는 발판이 됐다. 특히 노경은의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인 경기였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41세 3개월 15일의 나이로 통산 세 자릿수 홀드를 달성, 최고령 100홀드를 기록한 노경은은 또 하나의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2003년 두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노경은은 2015년까지 두산에서 뛰며 11개의 홀드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21년 롯데에서 뛸 때는 주로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2022년 SSG 유니폼을 입은 뒤 노경은의 ‘믿을맨’ 시대가 열렸다. 30대 후반부터 더욱 매서운 구위를 자랑했다. 2023년 30홀드를, 지난해 38홀드를 기록했다. 올해 3년 연속 20홀드 넘어 30홀드를 향해 가고 있다. 노경은은 SSG 전신인 SK 시절 정우람의 팀 역대 최다 홀드 기록(128개)에 도전한다.

타선에서는 최형우가 변함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개막부터 6월까지 3할대 중반으로 맹활약하며 팀 타선을 이끌던 최형우는 7월 초 이후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방망이에 힘이 실리면서 KIA 중위권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홈런 2개와 타점 5개를 쌓았다. 특히 지난 28일 SSG전에서 41세 8개월 12일 만에 역대 최고령 한 시즌 20호 홈런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6년 펠릭스 호세(롯데)가 세운 41세 3개월 28일이었다.
최형우는 현역 최고령 타자인데도 팀내 최다 출장(116경기)을 기록하며 20홈런(8위) 타율 0.303(11위) 125안타(공동 11위) 74타점(공동 11위)으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베테랑은 조금만 부진해도 ‘수명’이 다 됐다는 비판과 마주하는 숙명을 안고 뛴다. 매경기가 시험대다. 조금만 부진해도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경은과 최형우는 냉철한 자기관리와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그라운드에서 입증하고 있다.
역대급 중위권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두 베테랑이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가을잔치를 향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