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를 이끄는 건 역시 베테랑의 힘이다. 35세 김상수가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모험수를 연달아 던진 팀을 패배 위기에서 건져냈다.
김상수는 31일 수원 KIA전, 5-6으로 끌려가던 9회말 2아웃에서 2타점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개인 통산 5번째 끝내기 안타다. 2사 주자 1·2루에서 KIA 마무리 정해영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쳤다. KIA 중견수 김호령이 몸을 던져 타구를 잡아내려 했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그사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으며 KT가 역전승을 일궈냈다.
김상수는 슬라이더 하나를 노리고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정해영이 앞선 타자들에게 계속 슬라이더 위주로 승부하는 걸 눈여겨봤다. 그런 생각을 읽은 것인지, 정해영은 8구 연속 직구만 던졌다. 0B 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김상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볼은 골란내고,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은 커트해 냈다. 풀카운트 승부를 만들었고, 마지막 8구째 기다리던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가볍게 밀어쳐서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냈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파고 들었다. 김상수는 “손맛이 좋았다. 주자가 모두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에 끝났다고 생각했다”면서 “도파민이 터지더라”고 웃었다.

KT 벤치는 이날 잇따라 강수를 던졌다. 4-3, 1점 차로 앞서던 6회초 외국인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해 KBO 입성 이후 첫 구원 등판이었다. 불과 사흘 전인 28일 롯데전 선발로 나가 101구를 던지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헤이수스가 등판을 자청했다. 경기 전 불펜 피칭이 예정돼 있었는데 소나기로 던지지를 못했다. 불펜 피칭 대신 실전 마운드에 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부담 큰 선택이었다. 헤이수스는 패트릭 위즈덤에게 볼넷, 오선우에게 안타를 맞으며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지만 후속 세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실점 피칭을 했다.
1점 차 리드가 이어지던 8회 1사에는 마무리 박영현을 올렸다. 2·3루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박영현에게 아웃 카운트 5개를 맡겼다. 그러나 박영현은 희생 플라이로 동점을 허용했고, 김규성에게 2타점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까지 맞았다. 순식간에 경기가 뒤집혔다. 김상수의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가 아니었다면 그 타격은 1패 이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SSG, 롯데, 삼성 등 5강 경쟁 중인 다른 팀들이 이날 모두 승리를 거둔 터라 김상수의 끝내기 안타가 더 값졌다.
KT는 이날 승리로 6위 자리를 지켰다. 승차 없이 승률 소수점 차이로 3~5위에 위치한 SSG, 롯데, 삼성과도 0.5경기 간격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