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협이 베트남 시장에 수출한 딸기는 79억원 규모에 달한다. ‘케이(K)-문화’ 열풍에 힘입어 당도가 높고 신선한 한국산 딸기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농협의 베트남 딸기 수출액은 2021년 약 27억5000만원에서 2022년 약 45억원으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다. 현지 유통 매장에선 한국산 딸기가 1㎏에 최고 7만원선에도 거래된다. 농협은 농식품 수출을 필두로 베트남 현지에서 은행·증권업을 함께 전개하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탄탄하게 놓고 있다.
◆K-문화 열풍 타고, 농식품 진출 속도=농협은 베트남에서 4개 법인이 7개 사무소를 운영하며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수도 하노이에 베트남 사무소를 개설해 사업을 총괄하고, NH농협은행이 하노이 지점과 호찌민 사무소를 각각 운영 중이다. NH투자증권도 베트남 법인 설립으로 현지에 진출했고, NH농협무역은 베트남 사무소(호찌민)를 개설해 농식품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농협이 베트남 시장에 주목하는 건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2023년 기준 베트남 인구는 약 1억30만명이다. 이 가운데 20∼49세 인구가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5.19%에 이른다. 2023년 외국인 직접투자 1위국이 한국이고, 한국 교민도 약 18만명 거주한다. 농촌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64%로 다양한 농업분야 교류도 가능하다.
지난해 농협은 베트남 시장에 농식품 25개 품목, 256억원어치를 수출했다. 2021년 22개 품목, 212억원에서 20%가량 늘었다. 배 수출액 97억원, 포도 41억원, 사과 4억원으로 신선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 이밖에도 현지 한국 기업을 상대로 급식사업을 전개하는 삼성웰스토리가 올해 농협쌀 200t을 수입했고, 베트남 전역에 140여개 유통매장을 운영하는 ‘케이마켓’도 전남 순천·강진, 경북 안동 등에서 생산하는 쌀을 수입하고 있다.
최근 확산된 ‘K-문화’는 한국 농식품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운다. 김면호 NH농협무역 베트남 사무소장은 “동남아시아에서 베트남을 설명할 때 항상 뒤따르는 수식어가 ‘어디서든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일 정도로 현지에 한국 문화와 식자재가 널리 퍼져 있다”며 “아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국민소득으로 농식품 판매 확대에 한계가 있지만,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K 열풍’과 맞물려 시너지가 폭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한국산 프리미엄 농식품과 유아식 등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농협은 현지에서 건강식 선호가 높아지는 추세를 참고해 현지에 비건(채식)김치·김·유자청·홍삼 등의 수출을 늘리고, 쌀스낵·누룽지·쌀약과 등의 판매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밀착형 금융으로 시장 공략=금융 부문은 농업금융을 앞세워 현지 사회와 밀착된 금융으로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다. NH농협은행 하노이 지점은 현지 기업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하며, 2023년 당기순이익 160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도 주식 거래 중개 등으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갖추며 지난해 당기순이익 28억원을 올렸다.
범농협 각 사무소는 농촌지역 생활환경 개선, 태풍 피해 복구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사업도 펴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베트남협동조합연맹(VCA) 산하 북부경제기술대학 스타트업센터를 지원하며 현지에 ‘농협’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현지 진출 확대를 위한 과제도 있다. 홍삼·수삼 등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현지에서 꾸준히 늘고 있지만, 복잡한 수입통관 절차로 적기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NH농협은행도 호찌민 사무소를 지점으로 확대 전환하고자 하지만, 현지 금융시장 사정으로 5년 넘게 답보 상태에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범농협 베트남 사무소 현장경영에서 “현지 사회에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며 농협의 색깔을 선명하게 만들어 베트남 국민에게 다가가자”며 “범농협 베트남 사무소간 다양한 업무협력으로 한국산 농식품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