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유출’, 강력한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필요성 대두

2025-07-30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 세계 육지와 해양, 대기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미세·나노플라스틱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류 건강과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조약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의 멜라니 맥그리거 부교수는 최근 유엔이 주도하는 플라스틱 오염 대응 협상에 제출할 과학정책 요약서를 공동 집필했다. 맥그리거 부교수는 국제 과학자 연합 회원으로서 “나노플라스틱은 인류 건강과 환경에 우려되는 오염 물질이며, 플라스틱 생산과정과 전 생애 주기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및 입자의 ‘유출(leakage)’이 조약 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플라스틱 제품에는 원재료인 1차 고분자와 각종 화학물질, 미세 입자가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첨가되며, 이들 성분은 생산에서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과 먹이사슬, 인체에 누출되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맥그리거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 연합은 오는 8월 5일부터 1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5차 회의에 해당 정책 브리프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INC‑5.1(제1부) 이후 이어지는 최종 협상 단계로 해양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응할 국제적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 채택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는 200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이 2000년 이후 만들어졌으며,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까지 연간 생산량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생산되는 플라스틱 대부분이 일회용 제품이며, 재활용되는 비율이 10% 미만이어서 환경오염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맥그리거 부교수는 “플라스틱 산업, 특히 1차 고분자 제조 과정에서의 화학물질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예방·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생산과 사용 이후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휘발성 유기화합물, 미세·나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의 배출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5㎜ 이하)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페인트, 개인관리 제품, 산업용 연마제, 합성섬유, 타이어 및 도로재료, 식품 접촉 플라스틱, 농업용 필름 등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백만 톤의 미세플라스틱이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화학적 누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플린더스 대 연구진은 이미 호주 남부의 담수와 해양 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추적해왔다. 한 연구에서는 7개 유역에서 유입되는 플라스틱 오염이 애들레이드와 인근 해안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담수 샘플에서는 섬유질(72%)이 가장 많았고, 파편(17%)과 알갱이(8%) 순으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국제 조약이 채택될 경우 한국 산업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플라스틱 산업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연결돼 있으며, 1차 플라스틱(신규 생산 원료)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약의 추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