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관세 우려 완화”…제약·바이오 대미 투자 '긍정적’

2025-07-31

한·미 관세 협상 결과 미국이 조만간 발표 할 의약품 관세 정책과 관련 한국에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조성할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에 바이오 분야도 포함되면서 기업들의 현지 생산설비 구축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원료·완제의약품 등 품목에 따른 관세 방안이 여전히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바이오 기업들은 우선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윤곽 드러낸 바이오 관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국가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며 “최혜국 대우를 받는 것으로 적시했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 원전, 2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가 2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라며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친 유럽과 일본의 경우 의약품에 15% 관세를 적용받는다. 한국 의약품도 이에 준하는 관세율이 예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수입 의약품에 대해 최대 200%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 업계를 긴장케 한 바 있다.

미국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단일 국가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약 14억9000만 달러(약 2조 688억원)로 집계됐다.

K바이오 미국 생산 늘까

미국이 약속한 최혜국 대우에도 국내 바이오 기업의 셈법은 복잡하다. 그간 무관세였던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모두에 관세를 부과할지, 복제약 범위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포함할지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력하는 위탁생산(CMO)·위탁개발생산(CDMO)의 경우 품목별 관세에서 원료의약품의 범주에 해당된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바이오시밀러 수출이 많다.

원료부터 완제, 판매를 모두 담당하는 셀트리온의 경우 관세 대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9일 미국 원료의약품(DS) 생산 공장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오는 10월까지 실사를 마치고 연내 설비 인수를 마칠 계획이다.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뒤에는 곧바로 증설에 나서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지 공장의 절반은 현지 주력 제품 생산을 위해 가동하고, 나머지 절반은 현지 위탁생산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은 캐나다와 미국의 관세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현재 캐나다 CMO 업체를 통해 미국에 수출되고 있어 캐나다 관세 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SK바이오팜 측은 “올해 판매분은 이미 미국에 비축돼 있어 당장의 관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캐나다 외에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도 생산 파트너를 확보해 상황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신중한 입장이다. 관세를 피해 인천 송도가 아닌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 인력 운용, 부대 비용 등에서 집적 효과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 4조5473억원 중 약 25%가 미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은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현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한국은 바이오시밀러와 의약품 위탁생산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미국의 약가 인하·자국 내 의약품 생산 정책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현지 생산설비 구축 시 일본, 인도 등 경쟁국보다 이점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