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교육계는 오랜 관성이 흔들리고 새로운 질서가 떠오르는 재편의 시기였다. 에듀플러스는 교육칼럼 대표 필진 5인과 함께 2025년 한 해를 정리하고, 교육계 전반의 변화와 내년도 전망을 짚어본다. 고상현 인천마이스터고 교장,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 서지희 이화여대 기술지주 대표가 참여했다.
에듀플러스 필진이 꼽은 2025년 교육계 키워드는 '전환(Transition)'과 '연결(Connection)'이었다. 실제로 올해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글로컬 대학 확대 △에듀테크 공교육 도입 본격화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등 굵직한 구조 개편이 진행됐다. 에듀플러스 필진은 올 한해가 국내 교육 체제를 다시 설계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RISE 시대를 맞아 지역과 대학, 대학·산업·지역·정부 간 연결과 협력이 강화된 측면도 올해 주목할 만한 키워드였다.
올해 교육 분야의 가장 큰 변화는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학습체제 본격 전환'과 '지역 중심 거버넌스 이동'이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AI 디지털교과서(교육 자료) 추진, RISE, 글로컬대학 확장 등으로 공교육과 고등교육의 운영 방식이 구조적으로 재편됐다.
대학 기술이전 사업 분야는 RISE 시행으로 지원 축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부처별 R&D·사업화·수출·규제 프로그램을 패키지화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서지희 대표는 이를 두고 “대학·지자체·산업이 한 팀으로 지역 인재 양성·산업 연계·정주 여건을 강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에듀테크 시장이 사교육에서 공교육·평생교육·기업교육으로 빠르게 확장됐다.
학교·대학·에듀테크 현장에서 드러난 혁신과 한계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선택권 제한, 업무 과중, 출결·평가 혼선 등이 불거져 개선 요구가 집중됐다. 전문대와 사이버대에서는 AI·디지털 전환이 학습자를 수동적 수혜자에서 주체적 설계자로 이동시켰다. 교사의 역할이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촉진자로 재정의된 부분도 눈길을 모았다.
특히 AI 기반 LMS·개인화 학습의 확산은 원격·평생교육의 패러다임을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 데이터 기반 학습으로 전환시킨 분기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변화가 빠른 부분도 있었지만, 더딘 곳도 드러났다. 이길호 회장은 “AI 기반 학습도구의 확산으로 교수학습 혁신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됐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제도·평가·재정 체계 변화는 여전히 느리다”고 평가했다.
전문대와 사이버대 현장에서는 행정 중심 구조와 학위 중심 규제 등 낡은 제도 틀이 혁신을 현장의 전환 속도를 제약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병영 총장은 “원격대학에 대한 제도적 차별은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AI 혁신 다음 단계는 제도 혁신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원격대학의 공정한 제도화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 역시 변화와 한계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빠르게 안착했지만, 실업계 고등학교 등으로 대표되는 직업교육은 충원율 저하와 환경 개선 지연으로 여전히 구조적 혁신이 늦어지고 있다.
2026년, AI 학습 생태계 정착과 지역 정주 시대
올해 교육계 키워드가 전환과 연결이었다면, 2026년은 △전환의 심화 △연결 구조 고도화 △AI 학습 생태계 정착 △AI·인간성 결합 확장 △평생교육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필진은 내년이 AI 기반 학습이 기본 옵션이 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고상현 교장은 “AI 중심의 정책적 지원과 플랫폼의 표준화가 추진되고 이를 통해 미래 핵심역량을 기르는 새로운 교육 생태계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확산과 RISE 정책이 맞물리면서 청년이 지역에 머무는 '정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영도 회장은 “최근 수험생들의 지역대학 지원 증가는 청년들이 '지역 정주'를 선택하기 시작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신호”라며 “청년이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며 살아가는 '교육의 지역 정주화'가 지역 소멸을 막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듀플러스 필진은 2026년 교육의 가장 큰 기회로 △AI·데이터 기반 개인화 학습의 본격 제도화 △공교육 기반 AI 학습 생태계 구축을 꼽았다. 시도교육청 통합 플랫폼과 러닝데이터 표준화가 결합해 학교·대학·평생교육이 하나의 인프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특히 원격대·전문대는 온라인 교육 역량과 AI 기술을 결합해 K-교육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대학은 지식 저장소를 넘어 문제 해결의 촉매제로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연구-실증-규제-시장까지 이어지는 대학형 VC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내년도 교육계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AI 활용 역량·데이터 접근성·플랫폼 품질의 차이는 교육 격차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제도·평가·재정 체계가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교육 혁신은 현장 저항과 불신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대·사이버대·직업교육 분야에서는 AI가 학습을 개인화하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인간적 가치·교사의 역할·학습의 의미가 약화될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성도 뚜렷한 상황이다.
필진은 2026년 교육계 핵심 과제로 “기술이 인간의 성장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기술 혁신의 혜택이 특정 집단에 쏠리지 않도록 포용성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