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6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유튜버의 부탁을 받고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씨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도리도리’ 습관에 대한 비판을 방어할 논리도 보수 유튜버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보수 유튜버가 방송한 내용을 명씨가 다시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날 공보국 공지를 통해 공개한 음성 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2021년 8월5일 통화 상대방인 지인에게 “내가 어제 고 박사한테 가서 윤석열이가 도리도리 하고 그게 부동시 때문에 어렸을 때 시각(시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눈이 잘 안 보이니까 자꾸 돌다 보니까 습관화돼서 틱장애처럼 된 거라고 교육을 좀 했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유튜버 고성국씨라고 민주당은 밝혔다.
명씨는 이어 “어제 고 박사가 여의도연구원 자기 좀 부탁한다고 해서, 자문위원하고 한 10명 내가 이야기해갖고 해주고”라고 했다.
고씨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KBS라디오 진행자로 발탁됐다. 하지만 12·3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물의를 빚었고 최근 교체됐다. 민주당은 “이 통화에서 명태균은 고성국으로부터 여의도연구원 인사 청탁이 있었고, 자신이 들어줬다고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명씨와 지인 간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2021년 8월5일로, 창원지검 수사 보고서에 적시된 윤 대통령과 명씨 간 연락이 오간 날과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윤 대통령과 명씨 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면, 명씨는 2021년 8월4일 오후 11시52분 당시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고성국 박사를 오늘 저녁에 만나 도움을 청했다”라며 유튜브 고성국TV의 영상 파일을 보냈다. 이에 윤 대통령은 12분 뒤 “ㅇㅋ 짝시가 도리도리 원인일 수 있겠네요”라고 답했다.
명씨는 “제가 총장님을 관찰해봤을 때 그런 것 같다”며 “나중에 문제로 제기될 병역 면제 사유 부동시에 대한 방어로 도리도리 현상을 말씀하시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고 박사가 (유튜브 영상에서) 저를 안과 의사라고 설명하네요..ㅋㅋㅋ”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ㅇㅋ 의사가 명박사예요?”라고 물었다. 명씨는 “네, 접니다ㅎㅎ 6월29일 출마 선언하실 때 도리도리 하시는 영상을 보고 그렇게 생각돼 사모님(김건희 여사)하고 처남께 말씀드렸습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공개한 녹음 파일을 두고 명씨가 “창원지검 수사 보고서에 나오는 명태균-윤석열 텔레그램 대화 중 ‘도리도리’ 관련 내용을 지인에게도 설명한 것”이라며 “명태균 녹취 내용이 실제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도리도리 습관이 부동시로 인한 행동장애라고 하면, 상대의 비판을 차단하고 부동시 병역비리 의혹도 사전 차단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이 공개한 음성파일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고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