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4대 세습’

2025-09-03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비행기 타는 걸 꺼렸다. 2001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초청으로 1만㎞ 떨어진 모스크바를 갈 때도 열흘 넘게 열차를 탔다. 김정일이 유일하게 비행기를 탄 건 1965년 4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 참석 때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종합대를 갓 졸업한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동행한 것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은 1974년이지만, 중요한 후계 수업일 외교 무대엔 9년 먼저 등장했다.

북한은 백두혈통을 이을 후계자를 점찍어 두고도 신원을 알리지 않았다. 김정일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북한 매체는 내정 발표 전에는 그를 ‘당중앙’으로 지칭했다. 김정남·김정철을 제치고 3대 세습 바통을 이어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0년 9월 매체에 공식 등장하기 전에는 ‘청년대장’으로 불렸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1년3개월 전이었다.

김정은이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김정은 못잖게 국제적 시선은 딸 김주애에게 쏠렸다. 부인 리설주도,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도 아닌 12세 소녀가 아버지의 외국 방문에 동행한 까닭이다. 지난 2일 베이징역에서 김정은의 한 발짝 뒤에 선 김주애는 중국 권력서열 5위의 영접을 받으며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 즉 4대 권력세습의 주인공이 될지 주목받는 순간이었다.

김주애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 발사 현장이다. 북한 매체가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소개한 그의 의전은 날로 격상됐다. 열병식 주석단에서 무릎 꿇은 인민군 원수의 보고를 받고, 각종 경제 행사에도 등장했다. 지난 5월엔 주북 러시아 대사관의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과 동행해 외교 행보까지 시작했다. 지난 6월 노동신문 1면엔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는 우리 당과 국가의 존엄이고 불가항력’이란 기사도 실렸다. 기사에선 후계자를 암시하는 ‘당중앙’ 표현이 34번 등장한다. 김정은의 세 자녀 중 둘째이자, 성년이 되지 못한 김주애가 ‘4대 세습’ 후계자로 확정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그러나 김주애의 향후 활동과 위상은 더욱 주목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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