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년간 내전 끝에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부를 축출하고 세워진 시리아 과도정부가 국제사회에 알아사드 정권 당시 생산된 화학무기를 전면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아사드 하산 알시바니 시리아 외교장관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 화학무기 감시단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집행위원회 연설에서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는 시리아는 물론 세계 역사의 가장 어두운 장(chapter) 가운데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알시바니 외교장관은 “투명성, 정의,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시리아의 미래를 재건하겠다”며 “고통스러운 유산을 종식하기 위해 남아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알아사드 정권은 13년에 걸친 내전을 치르면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사린, 염소가스 등 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내전 기간 알아사드 정권이 시리아에서 300건 이상의 화학무기 공격을 단행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2013년 시리아 구타지역에서 사린가스 공격으로 1400명 넘게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며 국제사회의 비판이 빗발치자, 알아사드 정권은 OPCW에 가입하고 남은 화학무기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비축량을 폐기하지 않았으며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계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알아사드 정권은 지난해 12월8일 반군의 공세 끝에 붕괴됐지만, 국제사회는 시리아 화학무기 재고와 생산시설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는 이스라엘이 알아사드 정부 붕괴 이후 시리아 내 군사시설 등을 대상으로 공습을 단행하며 앞세운 명분이기도 했다.
시리아 새 정부의 이번 선언에 따라 OPCW은 조만간 시리아에 사무소를 설치해 화학무기 시설 목록을 작성하고 비축된 물량을 폐기하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페르난도 아리아스 OPCW 사무총장은 “알아사드 정권 축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비축량을 문서화하고 폐기할 수 있는 새롭고 역사적인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