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고공행진’ 日 쌀값…비축미 방출도 역부족

2025-04-21

일본에서 쌀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시장 전반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3월31일∼4월6일 전국 슈퍼마켓 1000곳가량을 대상으로 쌀값을 조사한 결과 5㎏ 기준 4214엔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보다 8엔 오른 것으로 14주 연속 상승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두차례에 걸쳐 비축미 21만t을 시장에 풀었다. 3월 하순엔 시중 매장에서 판매도 개시했다. 4월엔 10만t 규모의 세번째 입찰이 예정돼 있고, 7월까지 매월 추가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비축미를 방출하면 투기 세력이 보유한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투기 물량이 시장에 나왔다는 뚜렷한 신호는 아직 없는 상태다. 또한 비축미 방출에 따른 쌀값 억제 효과도 미미한 상황이다. 양곡 관련 업계에서 “비축미 방출만으로는 가격을 잡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쌀값 급등이 일본 농업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진단을 내놨다. 특히 1971∼2017년 46년간 지속된 ‘감반정책(쌀 생산조정)’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정책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논 면적을 줄이는 대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 결과 벼 재배면적은 1969년 317만㏊에서 현재(2024년) 126만㏊로 감소했고 생산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가격 안정 효과는 있었지만 농업의 규모화·법인화는 지체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일본 전체 쌀농가 중 재배면적 2㏊ 미만 농가는 여전히 80% 이상을 차지한다.

보조금 중심의 구조는 후계농 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쌀농사는 소득이 낮아 청년층 유입이 줄어들었고, 고령화와 이농(離農) 현상은 가속화했다. 농수성이 발표한 ‘2023년 농업경영통계조사’에 따르면 쌀농가의 연간 평균 총수입은 403만5000엔, 경영비는 393만8000엔으로 순수익은 9만7000엔에 불과했다. 연간 노동시간 1000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시급은 97엔(950원)에 그친다.

일본 정부는 2018년 감반정책을 공식 폐지했지만 여전히 수요 예측에 기반한 생산량 조정과 타작물 재배 보조금은 지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논 활용 직접지불이나 경지화 추진사업 등 현행 제도가 사실상 감반정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올 1월 일본 정부는 2027년 이후의 쌀 정책 전면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비축미의 탄력적 운용과 수출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증산을 통해 2030년까지 쌀 수출량을 연간 35만t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쿄(일본)=김용수 특파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