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윤현준 PD 인터뷰 "흑수저, 백수저 계급 도입한 이유는..."

2024-10-11

화제의 예능 '흑백요리사'를 기획한 윤현준 대표를 폴인이 만났습니다. 폴인(folin.co)은 커리어 성장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입니다. 윤현준 대표가 기발한 심사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다름 아닌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위해서였다고요. '해피투게더', '슈가맨' 등 여러 히트작을 기획했던 그는 KBS, JTBC를 거쳐 2020년 스튜디오 슬램을 창업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계속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죠.

윤 대표는 "잘 만드는 건 기본이고, 의미가 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말합니다. 그의 기획에는 확신도, 원칙도 없습니다. 다름의 가치와 새로움의 영역을 건드리는 게 중요하죠.

공정함이 생명인 서바이벌, 흑백요리사가 심사위원 2명 둔 이유는?

왜 요리 서바이벌 예능이었나요?

콘텐트를 기획할 때 3가지 포인트를 생각해요.

① 아예 없거나

② 요즘 없거나

③ 기존에 있지만 다른 포인트가 있는 것

‘흑백요리사’는 ②번이었어요.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 잘 보이지 않는 장르였죠. ‘냉장고를 부탁해’ 이후로 요리 예능 인기가 사그라들었잖아요. 한번 해볼까? 싶었어요. 대신, 그동안의 요리 프로그램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규모 요리 경연 대회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기획을 갖고 넷플릭스 유기환 이사를 만났어요. 우리나라에도 실력 좋은 셰프가 많다는 걸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국에도 제대로 된 요리 서바이벌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그게 시발점이 됐죠.

흑수저 셰프 80명과 백수저 셰프 20명으로 참가자를 나눴어요. 계급을 도입한 이유는요?

처음 기획안은 ‘무명요리사’였어요. 무명 요리사와 유명 요리사를 섞어놓고 이름을 부르지 않는 콘셉트를 생각했는데요. 전에 기획한 ‘싱어게인’과 너무 비슷한 것 같았죠. '싱어게인'에서도 모든 참가자를 ‘O호 가수’라고 부르거든요. 그러다 김학민, 김은지 PD가 주도하는 제작진 회의에 들어갔더니 흑수저, 백수저 셰프를 나눠 놓았더라고요. 모두가 존경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백수저, 장래가 촉망되는 셰프는 흑수저에 배치하는 아이디어였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름을 떼는 콘셉트를 자주 활용하시는 이유가 있다면요?

공정함에 조금 더 가까워지거든요. ‘싱어게인’에도 유명한 가수는 나와요. 단지 그들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을 뿐이에요. 모두가 그 사람을 안다고 해도 계속 번호로 부르면? 다들 어느샌가 계급장을 잊게 돼요.

흑수저는 닉네임으로, 백수저는 이름으로 불려요. 흑수저 셰프에게 불리해 보이는 설정 같지만, 실은 더 유리할 수 있어요. ‘요리하는 돌아이’‘나폴리 맛피아’ 같은 닉네임은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하고요. 최종 결승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요리를 내놓는데, 그게 오히려 상징적으로 다가오죠. 불공정해 보이는 게 사실은 더 공정할 수도, 나빠 보이는 게 되레 좋은 효과를 낼 수도 있어요.

흑수저와 백수저를 나누는 것 자체가 선입견을 만들지 않나요?

그래서 눈 가리고 심사하는 방식을 도입한 거예요. 흑과 백으로 참가자를 나눠버렸는데,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지’ 고민이 있었죠. 노래는 쉬워요. 시청자가 듣고 직접 판단할 수 있으니 심사 결과를 인정할 수 있죠. 그런데 요리는 달라요. 먹어 볼 수 없으니까, 오해를 살 소지가 많죠. ‘아 저 사람은 유명하니까 더 잘하겠지’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어요. 찜찜했어요. 백종원 선생님께 여쭤봤죠. “눈 가리고 심사하는 건 어때요? 그림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백종원 대표의 반응은 어땠나요?

백종원 선생님께서 한 잔씩 걸치며 식사 자리에서 회의하는 걸 좋아하셨는데요. (웃음) 우려하시더라고요. “아… 사실 맛은 오감으로 느껴야 하는 건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하셨죠. 그런데 다음 회의 자리에서 백종원 선생님이 눈 가리는 심사 괜찮을 것 같다는 거예요. 집에서 직접 해보셨나 봐. (웃음) 맛을 판단하는 데 지장을 줄 정도의 페널티가 아니라는 결론이었어요. 다른 심사위원이었던 안성재 셰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죠.

참가자들은 심사 방식에 대해 미리 전달받은 상태였나요?

아뇨. 사실 눈을 가리고 심사할 거라는 걸 참가자들에게 미리 알려줬으면 음식이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먹기 쉬운 걸 했겠죠. 비주얼에 조금 신경을 덜 쓸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미리 알려주지는 않았어요. 심사에만 맞춘 음식을 만드는 게 맞나? 혹은 그게 더 재미있을까? 싶었죠. 이외에도 고민한 게 정말 많았어요. 음식을 어떻게 먹일 거냐의 문제도 있었어요. 공정함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서, 참가자와 심사위원을 최대한 격리시켰고요.

서바이벌 예능에서 공정이라는 가치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많은 사람들은 불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서바이벌 예능마저 불공정하면 그걸 보고 화를 내요. 게임이 공정해야 평화를 얻죠. 그런데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요. 일대일 매치만 하는 게 과연 가장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누가 됐든 결국 더 센 사람과 붙을 텐데요. 눈을 가리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어떻게 보면 그 방식이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내 음식에는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게 룰이잖아요. 모든 사람이 같은 페널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수긍하는 거예요. 공정하기만 하고 노잼이면 곤란하거든요. 결국 선 타기의 문제죠. 공정함과 재미 사이에서 선을 잘 탔는지, 아닌지는 시청자가 판단할 거고요.

미션을 기획할 때도 중요한 포인트였겠네요.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했죠. 똑같은 것만 하면 재미가 없거든요. 보는 사람들 눈에 흥미롭고, 참가하는 셰프들에게도 의미 있는 포맷을 만들려고 했어요. 갯벌을 만들어 놓고 직접 재료를 채집해서 요리하는 패자부활전 미션도 떠올려 봤는데요. (웃음) ‘너무 고생시킨다’ ‘보는 사람이 힘들 것 같다’고 해서 결국 안 했어요. 대체한 게 편의점 미션이었고요.

팀 미션에서 한 명을 방출해야 했던 규칙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공정하지 않다고요.

이건 사전 질문지에 없었던 것 같은데…. (웃음)

(후략)

▶ 심사위원을 2명만 둔 이유는? 백종원과 안성재 심사위원 섭외 비하인드? PD와 대표 2가지 일을 모두 잘하는 비결까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어주세요. 폴인 사이트(folin.co)에서 인터뷰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olin.co/article/9293

기획자를 위한 폴인 베스트 콘텐츠

① 송길영 작가 "직장 다니며 업계의 네임드가 될 수 있을까?"

'핵개인: 자기 서사를 만든 사람들' 두 번째 시리즈인 '호명사회: 이름을 불리는 사람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작가가 '업계의 네임드'를 만납니다. 송 작가는 신간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 "이름을 잃고 일했던 이들이 다시 제 이름을 찾는 시대 흐름을 발견했다"고 말하는데요. 우리도 직장을 다니면서 '업계의 네임드'가 될 수 있을까요?

https://www.folin.co/article/9240

② 토스는 왜 굳이 '토스 없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을까?

머니그라피는 토스의 유튜브 채널이자 스핀오프 브랜드입니다. '토스가 이런 것도 하는구나'라는 매력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죠. 뾰족한 기획으로 3년 만에 구독자 27만 명을 모았어요. 백순도, 김창선 PD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브랜딩이라고 말합니다. 토스는 어떻게 '기업 유튜브=재미 없다'는 편견을 깼을까요?

https://www.folin.co/article/8931

③ 작가 정유정, '꽁치뼈 멘탈' 극복하고 200만부 판 글쓰기

매일 10km. 정유정 작가는 그날의 작업량을 마치면 달리기를 합니다. 목표는 멀리 잡되, 구체적 할일에만 몰두하는 그만의 방식이죠. 지독한 공부법으로도 유명합니다. 작품을 위해 공부한 내용을 직접 노트에 기록하죠. 책 한 권을 쓰려면 노트 10권을 채워야 합니다. 14년의 직장 생활과 6년의 등단 준비 기간, 최근의 암 투병까지. 이 모든 장애물을 견뎌내고 계속 쓰게 만든 원동력은 뭘까요?

https://www.folin.co/article/9250

④ 제일기획→카카오·메타·29CM, 3년 주기 이직 비결은?

김항래 29CM 크리에이티브실장은 제일기획에서 아트디렉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 KT, 맥심 카누의 아트디렉션을 맡고, 글로벌 조직에서 BBC, CNN 등과 협업했죠. 카카오, 메타 APAC, 그리고 29CM까지. 3년 주기로 '없는 무기'를 찾아 이직했다고요. 그가 설득의 기술 3가지를 귀띔해줬어요. 아이데이션, 전략 수립, 제안 단계에서 필요한 스킬, 무엇일까요?

https://www.folin.co/article/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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