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흑수저

2024-10-11

‘흑수저가 이긴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결말은 ‘백종원에게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라 그가 선호하는 시나리오대로 갈 것’이라는 풍문대로였다. 하지만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의 태도는 예상 밖이었다. 29살 MZ 셰프가 구력 30년 백악관 만찬 셰프에게 전혀 쫄지 않았다.

바둑의 흑백 대결구도이긴 하나 ‘흑수저’의 발음은 ‘수저론’의 흙수저와 일치한다. ‘요리계급전쟁’이라는 부제처럼, 계층 이동이 막힌 현실에 대한 젊은 세대의 자조적 인식이 반영된 단어지만, 심사결과를 앞두고 초조한 ‘백수저’와 달리 ‘흑수저’는 “요리 후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후 승자는 요리 무한지옥에서 승리한 에드워드 리’라는 관전평도 있고, 우승 후 권씨 스스로 허세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지만, 요리를 대하는 그의 직업정신이 눈길을 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상식을 뒤집고, 방송으로 인한 기대감 상승에 부응하기 위해 예약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 “앞으로도 집과 주방만 오가며 요리사답게 살겠다. 자유로운 요리를 하고 싶다”는 우승소감 그대로다.

쫄지 않고 자유롭게 초심으로. 95년생 흑수저가 사는 법에 ‘리스펙트’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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