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의 항공기 제작업체 필라투스가 대미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이 스위스산 수입품에 39%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내린 결정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필라투스는 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막대한 추가 비용과 미국·유럽 업체 대비 경쟁력 약화가 불확실성을 높인다”며 미국 사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미국 고객과 관계, 서비스 제공은 계속 유지된다”며 고객과 협조해 비행기를 다른 시장으로 배송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 가동 중인 콜로라도주 공장 이외에 플로리다주에 계획한 공장 신설에 속도를 내겠다고도 부연했다.
필라투스는 PC-12 등 비즈니스·훈련용 경비행기를 만드는 업체로 미국에서 전체 주문의 약 40%를 받는다.
의료용 주사기를 생산하는 입소메드와 커피머신업체 써모플랜도 미국이나 15% 관세율을 적용받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당초 스위스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31%로 발표했으나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과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 간 통화 이후 외려 39%로 관세율을 인상했다. 39%의 관세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스위스 전체 상품수출의 약 18%를 차지해 독일과 함께 양대 교역 상대국이다. 공영방송 SRF에 따르면 2023년 스위스의 대미 수출 비중은 의약품·비타민·진단도구가 57%, 귀금속·보석·장신구가 15%였다.
스위스 정부는 관세율 인하를 위해 미국과 계속 협상하겠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
녹색당은 미국 테크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고 미국산 F-35 전투기 구매계획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 “EU는 가장 믿음직한 파트너”라며 대외 경제정책 전반을 재편하라고 주문했다. 중립국 스위스는 노르웨이·아이슬란드 등 유럽 내 다른 EU 비회원국과 달리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대신 EU와 100건 넘는 양자협정을 맺어 회원국과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