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자금 경색이 겹치며 국내 건설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건설사들이 잇따라 폐업하거나 부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미분양 사태는 지방을 넘어 서울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주택 공급 대란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6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총 2104곳에 달하며, 이 중 394곳은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종합건설사들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9% 증가한 수치다. 또한 부도로 이어진 건설사도 11월까지 27곳에 이르며, 연말까지 30곳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도 건설사는 2019년 49곳에서 2020년 24곳, 2021년 12곳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해 부도 건설사의 85%는 지방에 집중됐으며 부산 6곳, 전남 4곳, 경남 3곳 등 지역 소규모 건설사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사태도 심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 8307가구로, 전월 대비 6.1% 증가하며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미분양 현상은 분양성적이 양호했던 서울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의 악성 미분양은 52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408가구)보다 28.2% 증가했다. 이는 2021년(55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분양이 증가하면 건설사의 자금 회수가 늦어지고, 이는 신규 분양 물량 감소로 이어져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주택 공급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여러 법안과 제도 개선안들이 국회에서 제자리걸음하며, 건설사들의 사업 계획 수립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특례법은 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핵심 정책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해 시행 시기가 불투명하다. 이 법안은 정비사업 절차를 3년 단축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공급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안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제도는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해 조합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많은 재건축 단지가 사업을 미루거나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환수제 폐지 논의는 야당과의 의견 대립으로 국회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폐지안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시가격이 높게 책정될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는데, 이를 조정하려는 시도 역시 국회 문턱에서 멈춰 서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공급 감소는 이미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해 10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4만 4777가구로, 목표치(54만 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년 입주 물량은 26만 5439가구로, 최근 5년간 연평균 분양 물량(35만 5524가구) 대비 약 25% 감소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4년 36만 가구에서 2026년 15만 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24년 2만 7000여 가구에서 2026년 8000여 가구로 줄어들며, 심각한 공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물론 앞으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적 공백이 주택 공급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