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나빠지면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지만 특히 건설업 불황이 심각하다. 최근 5년간 폐업한 건설 업체는 2020년 2226곳, 2021년 2471곳, 2022년 2516곳, 2023년 3175곳, 2024년 3209곳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불황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약 21조 원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최근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적극적인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1년 저축은행 PF 사태와 비교할 때 당시보다 약 2배 가까이 PF 규모가 늘어난 만큼 더 큰 피해를 막으려면 공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2011년 저축은행 PF 채권을 직접 인수했던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볼 때 지금의 부동산 PF 부실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1년과 같은 위기 상황을 걱정할 단계는 아닌 듯하다. 2011년 저축은행 PF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부동산 PF 대출 채권 건전성 문제로 촉발됐다. 30여 개 저축은행 파산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했고 필자도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채권 인수 업무를 총괄하며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약 10조 8000억 원의 부동산 PF 채권을 인수했다.
최근의 부동산 PF 위기도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촉발된 경기 침체로 제2금융권 PF 대출 채권 부실이 심각하기에 2011년 저축은행 PF 사태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2011년의 경우 갑작스러운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른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과 불법 대출·분식회계 등 내부 비리로 인한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면 현재는 부동산 PF 부실은 늘었지만 금융기관 파산 등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2022년부터 부동산 PF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5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화, PF 사업장의 원활한 금융 공급과 사업성이 부족한 PF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 정리를 유도하는 등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캠코 또한 5000억 원을 투입해 부실·부실우려 PF 사업장 정상화를 지원하는 총 1조 1000억 원 규모의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를 조성, 총사업비 약 2조 2400억 원 규모의 사업장 7곳을 재가동시켰다. 펀드 운영 초기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인수 실적이 부진했을 때 캠코가 과거와 같이 대규모로 PF 사업장 채권을 일괄 인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정상화 지원 펀드는 시장 중심의 부동산 PF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과거 구조조정기금같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적기금과는 다르다. 민간자금을 포함한 신속한 펀드 조성과 지방 사업장 등 다양한 투자를 통해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긍정적 신호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작비금시(昨非今是)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지난날은 틀렸지만 지금은 옳다는 뜻으로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반성해 오늘날 바로잡았다는 의미다. 과거 저축은행 PF 사태 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 딱 맞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