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은 왕이 아니라고 말하고 ‘노 킹스(No Kings)’ 시위를 비난했던 트럼프가 한국에서 황금 왕관 선물을 받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기사 제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자 외신들은 “한국 정부, 무역 긴장 완화를 위해 번쩍이는 선물에 올인”(영국 텔레그래프), “군주제를 사랑하는 억만장자에게 딱 맞는 선물”(AFP 통신) 등 풍자적 논조로 보도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신라 금관은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외신들은 신라가 “금을 널리 쓴 ‘황금 왕국’이었다”며 금관의 세계수(世界樹) 장식이 “하늘의 권위와 지상의 통치권을 잇는 상징”이라는 설명도 전했다.

신라 금관은 외교 무대의 단골손님이다. 2022년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황남대총 금관을 감상했을 때, “금관은 머리에 썼을 수도 있으나, 무덤 주인의 얼굴을 가리는 ‘데드 마스크’였을 수도 있다”는 박물관 관계자의 설명에 큰 흥미를 보인 일이 있었다. 금관의 용도가 실제 착용인지, 부장(副葬)인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판이 얇아 휘어지기 쉬워 착용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과, 고깔형 가죽모자에 부착해서 큰 의례에 착용했을 것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이러한 미스터리야말로 신라 금관의 매력이다. 왕보다도 제사장이 착용했다는 설, 시베리아 샤먼의 풍속에서 왔다는 설 등 여러 학설이 있는데, 국제적인 연구 교류를 통해 더 잘 밝혀질 수 있다. 이번에 신라 금관이 화제가 된 건 얄궂은 정치 현실 때문이지만, 이를 계기로 세계인의 관심과 연구가 더 활발해진다면 나쁠 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