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사 4년 차이던 2008년에 처음 정치부로 발령 났다. 그해 4월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53석(51.1%)으로 과반 1당이 됐다. 친박연대 14석, 친박 무소속 12석을 더하면 179석이었다. 민주화 이후 구(舊) 여권의 전무후무한 압승이었다.
수도권 승리가 결정타였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당선인이 81명(52.9%)으로 과반이었다. 4선 이상 수도권 중진이 7명으로 영남(4명)보다 많았고, 뭘 좀 알고 한창 일할 때라는 재선 의원도 수도권이 19명으로 영남(15명)을 앞섰다. ‘한나라당=수도권 정당’이라 할 만했다.

의정활동도 역동적이었다. 개혁적 보수의 기치를 걸었던 초선 그룹 ‘민본 21’이 대표적이다. 개혁적 보수라니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연상될 법하지만, 현장에서 봤던 이들은 치열했다. 이명박(MB) 정부가 종부세 완화 가속 페달을 세게 밟자 이를 비판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자 당·정·청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임기 중반 MB가 중도실용 노선을 택할 때 이런 여당 내 야당의 목소리가 작용했음은 자명하다.
자, 이제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25년 5월 27일로 돌아오자. 이날 보도된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구·경북(30%대 49%)과 부산·경남(38%대 47%)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수도권은 영남과 데칼코마니 마냥 이 후보 지지율이 월등했다. 서울은 46%대 33%, 인천·경기는 52%대 33%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두 후보 지지율은 22대 총선 결과와 판박이다. 국민의힘이 이긴 지역구 90곳 중 59곳(65.5%)이 영남이다. 민주당은 승리 지역구 161곳 중 102곳(63.3%)이 수도권이다. 12·3 계엄과 파면이 지금의 대선 지형을 낳았다고들 얘기한다. 실상은 지난해 총선 전후로 굳어진 여론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을 어찌할 텐가. 다음은 2008년 18대 총선 승리 후의 발언들이다. “수도권 메시지는 정치 투쟁보단 경제 살리기 등 일을 좀 제대로 하라는 거다”(김용태, 초선), “다시 영남 정서에 기대는 쪽으로 회귀한다면 도로아미타불 될 거다”(남경필, 4선). 주류인 영남 의원들은 다음 총선까지 3년이나 남았다고 여길 수 있겠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영남 지역당으로 쪼그라들지 않을까. 그리된들 자기 자리만 보전하면 오케이라고 여기는 건 아닐까. 이 두 생각이 마냥 기우일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