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시행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현재의 유통 시장 변화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통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글로벌 기준에 맞춘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7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개선'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학계 지적이 이어졌다.
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대규모유통업법은 10년전 시대적 사명을 잘 수행했지만, 현재는 어울리지 않다”며 “최근 옴니채널·디지털 전환 등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산업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에 대한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사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시행됐다. 매장 면적이 3000㎡ 이상인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거나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사업자가 적용 대상이다. 대금감액, 반품금지, 판촉비용 전가 등 개별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에 방점을 두고 조문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홍 이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로 성공하는 기업은 똑같은 사업 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며 성공을 거둬왔다”며 “반면 한국은 규제가 많아 기업들이 한국 맞춤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 성장했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해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선진국 가운데 유통 산업에 규제안을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판촉행사의 개념과 범위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이익이 있으면 판촉으로 보는 현재 시각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소비자혜택 제공행사 등 특정상품 구매 소비자에게 사용 후기 작성하면 사은품을 지급하는 행사는 판촉 행사가 아닌 상품 제공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성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상표간 경쟁상황으로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를 향한 착취 유인이 낮다”며 “'소비자 판매'를 전제로 입법된 대규모유통업법은 가맹본부의 사업 경쟁력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산자와 소비자 같은 전통적인 경계가 무너지고, 제조업체가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판매하는 방식도 빠르게 확산하는 등 전환의 시기”라며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이 지금의 유통거래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지 학계 전문가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강대학교ICT법경제연구소·법학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유통법학회, 한국유통학회, 한국중소기업학회, 한국소비자학회, 한국소비자법학회가 주관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