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일기 보고 쓴소리해 줘”…청년들의 한 해 정리법

2025-12-31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김지원씨(29)는 매년 이맘때쯤 친구들과 모여 ‘연말 결산’을 한다. 1년을 2개월씩 묶어 인상 깊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기뻤던 일·반성할 점 등을 빼곡히 적어넣는다. 올해를 기억할 적절한 사진을 찾기 위해 사진첩도 샅샅이 뒤진다.

김씨는 “큰 성공을 이루기는 어려운 세대이지만, 일 년이라는 작은 단위로 정리하다 보면 작은 성취를 발견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해의 방향도 설정하고,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년에도 “평안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SNS 등에서는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는 다양한 ‘연말 결산’ 회고 질문 리스트가 공유됐다. 직장인 강모씨(25)는 SNS에서 공유되는 ‘연말정산 템플릿’을 활용해 ‘올해의 ㅇㅇ’을 채워 넣었다. 강씨는 “여행차 들린 전주의 서점과 카페에서 우연히 이 종이를 받아서 적게 됐다”며 “올해 나는 조금 더 바라던 내가 됐을까, 지난해의 나와 올해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30대 프리랜서 무하(활동명)는 직접 회고 질문들을 만들어 SNS에 공유했다. 그는 “온라인에 다양한 회고 질문들이 있지만 제 한 해에 대해 좀 더 핵심적인 질문을 해보고 싶어 직접 정리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제 질문 리스트를 사용한다면, 같은 자리에서 함께 연말 회고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 검색·심리 상담에 이어 연말 회고에도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프리랜서 서문국희씨(29)는 올해 퇴사 후 매달 이달의 사건·잘한 점·아쉬운 점·다음 달 계획 등을 적어왔다. 이를 모두 챗GPT에 전달한 후 ‘올해 내 월말 기록을 보고 쓴소리 좀 해줘’ ‘올해 기록을 바탕으로 내년 계획은 어떻게 짜면 좋을까’라고 물었다.

챗GPT는 서문씨에게 실행력이 있다는 강점을 알려주고, 강제성이 없는 일이 계속 뒤로 밀린다며 핵심 프로젝트를 정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퇴사하고 난 후 혼자 일하다 보니 저에게 의견을 주는 사람이 딱히 없었다”며 “제3자의 객관적 입장에서 보는 제가 어떨지 궁금해서 챗GPT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청년들은 “쉽지 않은 한 해였지만 잘 살았다”며 입을 모았다. 지난 주부터 블로그를 통해 회고를 작성했다는 학원 강사 신호진씨(25)는 “대학 졸업 후 올해 사회로 나왔는데, 한국에서 죽을 때까지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면서도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해냈다, 내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태성씨(25)는 “특히 올해 초 광장에서 느꼈던 추위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 돋는다”며 “회고를 하면서 너무 바쁘고 힘들었지만 성장한 한 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래는 이날 인터뷰한 청년들이 전해준 내년의 목표.

내년에는 힘내서 다시 취업시장에서 살아남을 생각입니다. 현재 길을 갈지 샛길로 빠질지 고민 중인데 이게 잘 풀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취업준비생 임모씨(31).

하루도 빠짐없는 완벽한 꾸준함보다는, 손에서만 놓지 않는 느슨한 꾸준함으로 길게 걸어가고 싶어요. 그렇게 저의 관점과 감각을 계속 남기고 싶습니다.

- 30대 여성 무하(활동명)

엄청 빽빽하게 정했어요. 매주 3회 이상 러닝 하기, 독서 120권 이상, 매주 주간지 2종 읽기…가장 큰 목표는 ‘혼불’ 완독하기네요. 매년 대하소설 한 권씩 도장깨기를 하고 있어요.

- 대학생 김현주씨(23)

내년은, 늘 그렇듯 평안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직장인 김지원씨(29)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