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평양에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임무 중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군 무인기에, 정작 항공기 상태를 원격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위성통신’ 기능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능은 군의 초기 시험평가 모델에는 포함됐으나,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가 실제 운용한 기체에서는 삭제된 채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드론사는 원거리 작전 중인 무인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거나 추락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셈이다.

지난 8월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평양으로 보낸 무인기가 최소한의 보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11월 사이 북한 지역에 침투했던 드론사 소속 무인기가 무기체계에 필수적인 보안 모듈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골자다.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의 공개 문서와 부승찬 의원실 자료를 종합해 본 결과, 이 무인기에 보안 검증이 적용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핵심 기능인 ‘위성통신’ 장치가 제거된 채로 운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무인기는 개발 초기부터 위성통신 기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드론사에 납품되기 전, 제작사인 S사의 초기 모델은 2020년부터 약 1년간 ‘신속시범획득 사업’의 일환으로 육군에서 ‘원거리 정찰용 소형무인기’라는 이름으로 운용된 바 있다.
당시 육군이 운용한 기체에는 두 가지 통신 기능이 있었다. 하나는 드론의 이착륙 시 수동 조종을 지원하는 ‘가시선 RF 통신’이다. 이 기능은 이름 그대로 운용자의 시야 내에서만 통신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가 바로 이번에 빠진 ‘위성통신’ 기능이다. 민간 위성전화망을 활용해 드론이 운용자의 시야를 벗어나 원거리에서 비행하더라도 고도, 속도, 좌표 등 상태 정보를 지상통제장비(GCS)로 전송하고 원격 제어까지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장비다. 2020년 육군에 시험 도입된 장비에는 이 위성통신 기능과 함께 국가정보원이 인증하는 암호모듈(KCMVP)까지 정상적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정작 드론사에 공급된 무인기에서는 이 위성통신 기능이 삭제됐고, 이에 따라 KCMVP 보안 모듈 역시 함께 누락됐다.
결과적으로 드론사는 평양으로 무인기를 날려 보내는 순간부터 비행경로 수정이나 상태 확인이 불가능한 ‘깜깜이 작전’을 펼친 셈이다. 이전 모델이라면 비행경로를 이탈하거나 추락 시 지상통제장비에서 즉각 문제를 인지할 수 있었겠지만, 드론사는 임무 성공 여부는 물론 무인기가 언제 어디서 추락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드론사는 해당 무인기를 조종사 양성과 운용 능력 개발을 위한 ‘교육훈련용 장비’로 규정해왔으며,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 역시 같은 용도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무인기의 개발자와 운용자들은, 민감한 원격 침투 임무에 사용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전시 상황에서 적진 교란이나 방공망 소모를 유도하는 ‘미끼’ 용도라면 위성통신 기능이 없는 무인기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적에게 들키지 않고 작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기체를 동시에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작전에서는 1~2대의 소량만 투입해 결국 적에게 발각되고 임무에도 실패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운용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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