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대 한반도 바다를 지킬 새로운 해상작전헬기 도입이 추진된다. 공대공 능력만 인증된 상태였던 국산 KF-21은 공대지 능력을 조기에 갖출 채비를 하게 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8일 제17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해상작전헬기-Ⅱ 구매계획과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기본계획 수정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해군이 199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해 20여년째 운용하던 영국산 링스 헬기는 신형 기종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전투용무인수상정과 고속상륙정 배치-Ⅱ 사업도 본격 추진되면서 해군의 해상작전능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美 MH-60R 도입 사실상 확정
1980년대부터 울산급 호위함과 포항급 초계함을 비롯한 국산 함정 건조를 지속했던 해군은 신형함에 걸맞는 해상작전헬기 도입을 추진했다.
미국산 S-70B가 거론됐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S-70B의 절반 가격인 영국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링스가 선정됐다. 해군은 두 차례에 걸쳐 링스 25대를 도입했고, 사고로 손실된 기체를 제외한 22대가 남아있다.
해군은 2010년대 영국산 AW-159 8대를 구매했다. 이에 따라 해군의 해상작전헬기는 향후에도 영국산으로 구성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2020년 해상작전헬기 사업에서 미국 록히드마틴 MH-60R이 AW-159 대신 선정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12대가 도입된 MH-60R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구매됐다. AW-159보다 최대 이륙중량이 4t 이상 더 크고, 체공 시간과 탑재 무장 능력 등 성능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정부가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미국, 인도 등의 물량을 합친 공동구매로 사업을 추진해 비용을 대폭 낮춘 것도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MH-60R을 구매한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2032년까지 3조2400억 원을 투입, 해상작전헬기-Ⅱ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사업 초기에는 일반경쟁 방식을 적용했으나 FMS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선회했다. 경쟁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적 문제와 총사업비에 대한 우려 등으로 유럽 헬기 제작사들은 불참했다.

AW-159는 군 요구성능(ROC)을 충족하지 못했고, NH-90 제작사인 유럽 NH인더스트리는 사업 참여 의사가 없다는 뜻을 담은 공식 서한을 방위사업청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MH-60R 외에는 다른 후보기종이 없는 셈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NH-90은 함정 내 격납고 수납 관련 안전성 등의 요소를 충족하기 어려웠고, 해외 시장에서 비용과 기술적 문제 등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NH인더스트리의 불참은 예상된 것이었다. NH인더스트리는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시장에서 활동한 흔적이 거의 없다.
NH-90의 주요 구매국은 유럽이다.
NH-90은 기술과 비용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NH-90의 시간당 운용비는 1만2000∼2만 유로(약 2000만∼3200만원)에 달한다. 많은 국가에서 복잡한 정비체계와 예비 부품 수급 문제로 실제 운항 시간이 크게 떨어졌다.
해안경비 및 대잠수함전 용도로 도입한 노르웨이는 연간 3900시간의 비행 시간을 설정하고 있었으나 2010년대 말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몇 년 동안은 평균 약 700시간에 그쳤다.
이같은 문제가 누적되면서 노르웨이, 호주, 벨기에 등에선 기체를 조기 퇴역한다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경쟁 기종이 없어 사업 방식이 FMS로 결정되면서 방위사업청은 미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MH-60R 구매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총사업비도 일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해상작전능력 강화
방위사업청은 지난 8일 제17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고속상륙정 배치-Ⅱ 사업추진기본전략도 심의·의결했다. 2027∼2036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입해 국내 개발한다.
고속상륙정은 적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전차와 병력 등을 싣고 고속상륙돌격을 하는 장비다. 미 해병대 등에서 사용하며, 한국도 독도함과 마라도함에서 고속상륙정을 쓴다.

고속상륙정은 공기를 스커트(공기주머니) 내부에 불어넣어 함정을 띄우는 공기부양 방식으로 움직인다. 작동 원리상 선박보다는 항공기에 가깝다.
부력 확보에 필요한 경량화를 위해 선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한다. 고도의 공기역학 추진 기술을 적용하는 등 설계와 건조,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된다.
국내에선 HJ중공업이 고속상륙정을 유일하게 만드는 조선소다. 따라서 HJ중공업에서 신형 고속상륙정을 개발·건조할것으로 보인다.
고속상륙정 배치-Ⅱ는 K-1 전차 중량(50t) 맞춰진 기존 고속상륙정의 수송능력을 K-2 전차 중량(56t) 수준까지 높이고, 파고를 헤치고 나아가는 능력을 강화한다. 수입에 의존하던 통합기관제어체계 국산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바다 위에서 교전을 벌일 수 있는 전투용무인수상정 사업도 확정됐다. 2027∼2036년까지 6049억원을 투입,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는 국내 연구개발 방식을 적용한다.
ADD가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업체가 시제품 제작 등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무인수상정에 유도로켓을 탑재해서 근접전투를 수행하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미 하와이에서 실시된 림팩(RIMPAC·환태평양훈련)에서 미국 텍스트론 무인수상정에 LIG넥스원의 비궁 유도로켓을 탑재, 수상표적에 로켓을 발사해 명중시킨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도 전투용무인수상정에 대한 개념설계가 이뤄졌으며, 일부 업체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 5월 부산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선 업체들이 구상하는 전투용무인수상정들이 등장했다.
LIG넥스원이 제시한 해검-X는 20㎜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2.75인치 유도로켓, 경어뢰, 드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배수량은 120t에 40노트의 속도를 낸다.
한화시스템은 해군의 신형 참수리급 고속정(PKMR)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전투용무인수상정을 제시하고 있다. PKMR의 전투체계를 무인화·인공지능(AI)화했으며, 배치-Ⅰ·Ⅱ로 구분한다. 20㎜ RCWS를 공통으로 탑재한다.
배치-Ⅰ은 130㎜ 유도로켓 6연장 발사기 2기를, 배치-Ⅱ는 2.75인치 유도로켓과 무인기 탑재할 예정이다.

KF-21 전투기의 공대지 능력을 조기에 구축하는 사업도 진행된다.
KF-21 탑재 공대지 무장은 10가지다. 기존 계획에선 ADD가 개발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공대지 무장을 갖추게 되는 2028년에 추가무장시험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투기 수출 시장에서 미국·유럽 등의 기종과 경쟁하려면, 공대지 능력을 하루 빨리 갖춰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라팔과 F-16, 그리펜 등은 전천후 작전능력은 물론 실전 경험과 기술 검증도 이뤄진 상태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추가무장시험계획을 수정, 1∼3단계로 시험 종목을 구분하고 시험을 조기에 실시해 2027년 전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공대지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신속하게 공대지 무장을 전력화하기 위해 10종의 무장을 단계적으로 구분해서 순차적으로 시험을 실시한다”며 “공군, 합참과는 큰 틀에서 합의를 봤고, 구체적인 방안은 올해 안에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1단계 추가무장시험에선 2000파운드급 정밀유도폭탄이 포함된다. 공대지 무장 중에서 파괴력이 가장 강한 것이다. ADD가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개발 일정 등을 고려해 3단계에서 추가무장시험이 이뤄질 전망이다.
육군의 도하능력을 높일 리본부교-Ⅱ 사업도 진행된다. 리본부교-Ⅱ는 1990년대부터 사용했던 기존 리본부교를 대체한다. 전차와 장갑차 등 기갑장비 중량 증가와 기본 리본부교의 노후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총사업비는 9078억원으로 국내 개발방식으로 진행되며, 사업 기간은 2035년까지다.
방위사업청은 “기존 리본부교를 더 무거운 무게를 견딜 수 있고, 차로 폭이 넓은 리본부교-Ⅱ로 개선해 K-2 전차 등 고중량 장비의 하천 이동 지원 능력 등이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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