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s: 장석종

2025-03-19

<크래커 유어 워드로브>(이하 <크래커>)의 전 편집장, 장석종은 지금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그 시작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부터다. “유튜브는 저를 지금의 사람으로 만들어줬어요. 저는 과거의 사람이었거든요. <크래커>를 만든 사람.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그 딱지가 떨어졌어요.”

자그마치 2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이력은 다사다난하다. 대학생이었던 2007년, 친구들과 각자 100만 원을 모아 독립 잡지 <크래커>를 창간했다. 한국 최초의 스트리트 패션 잡지였던 만큼, 그의 첫 프로젝트는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창립 8주년을 맞던 2015년, <크래커>는 폐간했다. 주된 원인은 디지털 미디어의 부상이었다. 실의에 빠지는 것도 잠시, 그는 다시 일어나 분주히 움직였다. 더블러버스, 페임66 등 여러 브랜드를 전개했고, 2020년부터는 본인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구태의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장석종이 만드는 콘텐츠와 제품에는 그의 삶과 취향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패션을 하나의 ‘환상’으로 그리던 인쇄 매체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그는 오히려 주변의 패션을 기록하는 <크래커>를 만들었다. 트렌드라는 공식에 기대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요소를 브랜드에 녹여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올곧은 태도는 유튜브에서도 이어진다. 장석종의 채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숏폼 영상이나 단순한 제품 추천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 대신, 30분이 넘는 긴 인터뷰 영상과 그 주의 패션 뉴스를 다루는 콘텐츠가 채널의 주를 이룬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크래커>의 연장선이라 말한다. “제품 추천 같은 유튜브에 최적화된 콘텐츠는 저랑 잘 안 맞았어요. 그걸 깨닫고 나서는 제 주변의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크래커> 때처럼요.”

마치 취향이 전부인 듯한 장석종의 고집스러운 삶은 그의 애장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하입비스트>에서 보고 구매한 여행 가이드북부터 직접 커스텀한 페도라까지, 장석종의 애장품 리스트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셀린 재킷

1년 전쯤에 해외 아울렛에서 구매한 재킷인데, 시즌을 모르겠어요. 공식 사이트에는 2022 FW라고 되어 있는데 택에는 2023 SS라고 적혀있어요. 에디 슬리먼의 손길이 닿은 셀린 제품 하나 정도 갖고 싶었는데, 가격이 괜찮길래 바로 샀어요. 사실 구매하는 순간까지 망설였어요. 아직 한 번밖에 안 입었지만 앞으로 자주 입을 거라서 들고 왔어요.

페임66 모자

나이스웨더가 오픈할 때 노승훈 대표랑 제이에스와 함께 재밌는 걸 만들어 보자고 해서 런칭한 프로젝트 브랜드 페임66의 모자에요. 자세히 보면 제 이야기가 그래픽에 전부 녹아들어 있어요. 마리아 수호대를 뜻하는 ‘LEGIO MARIAE’, 제 세례명 ‘FELIX’, 그리고 제가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의 상징까지. 이 모자를 만들던 시점의 제 모습을 다 새겨놨어요.

더블러버스 x 아조바이아조 선글라스

제 브랜드 더블러버스와 아조바이아조의 협업 제품인데, 요즘 즐겨 쓰고 있어요. 다른 브랜드에서는 보기 힘든 쉐입이 특징이에요. 그래서 많이 못 팔았어요.

아파치 커스텀 웍스 벨트

벨트를 사이즈, 쉐입 별로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아파치 커스텀 웍스라는 곳에서 맞춰요. 그중 이건 프레디앤머큐리를 함께 운영하는 행원이랑 우정 벨트로 맞춘 아파치 커스텀 웍스 제품이에요. 제 거는 프레디, 그리고 행원이 거는 머큐리라고 적혀 있어요.

카우보이 부츠

‘라 보떼 가르디안느(La Botte Gardiane)’라는 프랑스 브랜드의 웨스턴 부츠에요. 거친 느낌의 미국 웨스턴 스타일 말고 조금은 담백한 웨스턴 느낌을 내고 싶을 때 신으면 딱이에요. 사이즈가 표기보다 많이 작게 나와서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신어보고 구매하길 추천합니다.

블레숑 페도라

블레숑(blesson)의 토끼털 페도라에요. 페도라는 소재별로 등급이 있어요. 울 위에 토끼털, 그리고 그 위가 비버털이에요. 그런데 비버털은 최소 100만 원 대라 조금 더 저렴한 토끼털로 맞췄어요. 거의 모든 요소를 커스텀했어요. 특히 브림을 12cm로 정말 길게 만들었는데 브랜드 대표님도 이 정도로 긴 건 처음 만들어 본다고 하시더라고요.

놀랍게도 <하입비스트>에서 소개한 걸 보고 구매했어요. 니코라는 사람이 잘 알려지지 않은 뉴욕의 힙한 장소를 소개하는데, 장난감 가게, 레코드 숍, 옷 가게, 바버샵 등 종류가 정말 다양해요. 최근에 뉴욕 여행 가면서 참고를 많이 했고, 여기에 나온 모든 가게를 다 가보는 게 목표에요.

그라인드 커스텀 서비스 실버 액세서리

전부 그라인더스 커스텀 서비스 실버 액세서리에요. 제 유튜브 구독자분이 운영하는 브랜드인데, 액세서리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하나둘씩 구매하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브랜드의 실버 액세서리를 사 봤지만, 이 친구 건 광 자체가 아예 달라요. 결혼반지도 여기서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어요.

Y’s 가방과 펠릭스 키링

친누나에게 물려받은 제 유일한 고가의 가방이에요. 키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펠릭스 인형을 달았어요. 이 키링이 재밌는 게 한국 아동복 브랜드와 펠릭스의 협업 제품이에요. 백화점 구경하다가 우연히 아동복 코너에서 발견해서 바로 샀죠.

카우보이 피규어

제 구독자 중 노야라는 피규어 아티스트가 제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들어 준 하나뿐인 피규어에요. 제 유튜브를 접하고 웨스턴 스타일의 피규어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피규어 아티스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인도한 셈이죠(웃음).

키스 자유의 여신상

새로 이사 갈 집을 위해 구매한 키스의 자유의 여신상입니다. 미국에 대한 동경, 사랑, 열망. 이 모든 게 담겨 있는 스태츄에요. 미국 사랑 영원히!

자동차 키

오랫동안 타고 있는 1998년식 로버 미니와 2021년식 포드 브롱코의 차 키입니다. 하나는 영국 차고 하나는 미국 차인 만큼, 그날 옷 입은 스타일에 맞춰서 차를 골라 타요. 음악도 영국 차 탈 때는 브릿팝을 듣고, 미국 차에서는 힙합 같은 미국 음악을 듣고요. 사실 호들갑이죠(웃음).

메모 파리 ‘샴 우드’ 향수

원래 스모키한 토바코나 우디한 향을 좋아하는데, 이건 완벽한 절 냄새에요. 이 향수를 뿌리면 마치 대웅전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의외로 향수는 옷 스타일과 맞추기보다는, 용량 많이 남은 거 위주로 씁니다.

성모 마리아상

성모상을 병적으로 수집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과달루페의 성모상만 40개 넘게 모았어요. 세례도 과달루페의 성모상을 모으다가 받게 됐고요. 성모상에서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느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 운영하던 매장에 성모상을 많이 뒀는데, 마침 그 옆에 성당이 있어서 미사를 보러 오시는 어르신 분들이 많이 들어오시고는 했어요. 가게가 잘 될 수 있게 기도해 주시겠다는 분도 있어서 함께 기도도 하고 그랬죠.

<크래커> 폐간호

제가 2007년에 창간해서 2015년에 폐간한 <크래커>의 폐간호에요. 폐간호를 냈다는 거 자체가 재밌어요. 보통 잡지는 그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니까요. 이 호를 보면 추억과 함께 후회되는 부분도 함께 떠올라요. 제가 정말 게을렀거든요. 현실에 안주하느라 시장의 판도를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항상 다음을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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