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감] 비교할 대상 없는 하루하루가 멋진 삶

2025-03-20

여러 부류의 사람 중에서도 나는 소위 열심 인간, 요즘 말로는 갓생을 사는 사람이다. 지금의 무너진 워라벨이 미래의 워라벨을 지켜주리라 믿는 꼰대다.

현재를 불안해하지만 행동하지 않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속 편한 말로 자위하며 정체해 있는 청년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최근 베스트 셀러들을 보면 감성적인 글들로 가득한 위로 에세이가 많다. 현안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을 잔뜩 써놓은 글들이 나는 참 불편하다.

왜 이런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요즘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남들에게 받는 관심을 동경한다. 자신을 치장하고 뽐냈을 뿐인데 그게 또 재화 벌이가 된다니 얼마나 좋은가. 인생의 과도기를 지나는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쉽게 느끼는 이유라 생각한다. 현실에서도 온라인 세상처럼 단편적으로 보이는 외적인 모습만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이런 이유가 청년들의 사기를 꺾고, 감성 에세이들이 판을 치며, 휴대전화 뒤의 세상에 움츠려 도전할 용기를 내지 못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작년 여름, 사업을 시작하고 꼬박 4년 만에 첫 휴가를 갔다. 목적지는 조지아였다. 단순히 오랜만에 떠나는 휴가여서 설레는 마음이 전부였던 게 여행의 시작이었다면, 여행이 끝나갈 무렵 내 마음 상태는 완전히 달랐다. 조지아는 2008년 8월 러시아와 전쟁을 치른 국가다. 약 16년이 지난 2024년에도 아직 그 여파가 상당했다. 조금만 외곽으로 벗어나도 폐허가 된 마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폐허가 된 마을을 다시 고치고 가꾸며 그 속에서 각자의 본분을 다하며 일상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교할 대상이 없으며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역시 모든 일에는 귀천이 없으며, 그저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제일 멋진 삶이라는 걸 마음에 새겼다.

청년, 내가 바라는 나로 살아가기 참 힘든 나이다. 하지만 또 뭐든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라고 긍정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갈고닦으며 현재를 사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슬아 다담한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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