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끼 벗으라고 한 직원 잘못 없어…조선업처럼 하청에 책임 안돼”

2025-12-12

“보안노동자(보안직원)는 지침대로 자신의 일을 한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 롯데백화점 측에서 사과하러 온다고 합니다. 보안노동자와 보안업체의 잘못이 아니니 (이들에게) 절대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백화점 측에 요청할 겁니다.”

10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내 한 식당을 찾았다가 백화점 보안요원으로부터 입고 있던 노동조합 조끼를 벗으라는 말을 들은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의 말이다. 그와 일행이 겪은 일은 롯데백화점 측이 사과 입장을 내고 인권단체가 비판 기자회견을 할만큼 논란이 되고 있다.

이김 사무장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식당 입구에서부터 보안노동자가 노조 조끼를 벗으라고 요구한 상황을 보면 일종의 규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보안노동자는 지침과 규정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어떤 일을 하기 어렵다, 제 직장에서도 출입문을 지키는 보안노동자는 지침에 따라 일 한다”고 말했다. 그와 일행은 당시 백화점 입구와 식당에서 두 번 조끼를 벗으라고 요구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도 벌어졌다. 백화점 측은 노조 조끼가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을 겪은 이김 사무장은 ‘백화점 차원의 복장 규정이 없다’는 백화점 측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김 사무장은 노조 조끼를 벗으라고 요구한 보안요원은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화점 측의 태도에 대해서만 “괘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소에서는 원청이 하청에 대한 결정권을 쥔다. 원청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하청에 떠넘긴다. 백화점도 마찬가지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보안직원도 자신처럼 원청(롯데백화점)의 하청업체(보안업체) 소속 근로자 신분에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김 사무장은 “그래서 백화점 측에서 보안노동자와 함께 사과한다고 연락이 왔을 때 ‘왜 보안노동자가 와서 사과하느냐’라고 생각했다”며 “보안노동자가 무슨 잘못이 있나”라고 답답해했다.

이김 사무장이 자신이 겪은 상황에 대해 “서글프다”라며 여러 차례 말한 배경이다. 그는 노동계에서 유명하다. 여느 업종 보다 하청 비율이 높은 조선업의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해 오랫동안 노조 활동을 해왔다. 조선업은 간접고용 비율이 70%에 달한다. 게다가 물량팀이라는 하청의 재하청 구조가 만연해있다. 이 다단계 하청은 하청 근로자의 임금을 깎고 현장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다. 게다가 대형 조선업체들은 불황 때 떠난 하청 근로자의 일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고 있다.

한편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인권단체들은 이날 오후 롯데백화점 잠실점 앞에서 롯데백화점이 노조 혐오를 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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