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시험 족보까지 공유?"…'땜질식' 의대 정상화 대책에 곳곳서 반발

2024-10-07

교육부가 복귀한 의대생에게 시험 ‘족보’를 공유하고,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대학가 곳곳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각종 예외를 만드는 ‘땜질식’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대학이 의대 시험 족보까지?” 대학가 시끌

교육부는 7일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에 ‘2025학년도 1학기 복귀 조건부 제한적 휴학 허용’과 관련한 공문을 보낸다. 전날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교육부는 내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들의 휴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돌아온 의대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그중 하나가 시험 ‘족보’ 공유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각 대학 본부와 의과대학이 협력해 ‘의대교육지원센터’(가칭)를 운영하도록 권고한다”며 “학업 고충 상담, 족보 등 학습 지원 자료 공유와 같은 교육·지원 기능을 강화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의대생들이 학교에 복귀하면 족보를 공유해주지 않겠다며 수업 거부를 강요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 이후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의대생을 ‘천룡인’이라고 부르는 밈(Meme·인터넷 유행어)이 다시 등장했다. 천룡인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특권계층을 일컫는다. “정부가 나서서 족보를 챙기는 이런 사태를 보고도 의사가 천룡인이라는 걸 모른다면 천민이 맞다”, “대학 본부가 공유하는 거면 사실상 답지”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의과대학이 있는 수도권 사립대학 관계자는 “학생들끼리 비공식적으로 만드는 족보를 학교에서 공식화하라는 의미인데,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의대 실정을 모르는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족보는 학생들 대부분이 이미 가지고 있고, 학습권 보호는 지금 상황에서 전혀 유인책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했다.

“의대 위한 ‘원포인트’ 예외, 부작용 낳을 것”

대학들은 학사 운영과 학칙 개정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입장이다. 공문을 받은 각 대학은 학생과 상담을 통해 휴학 사유 등을 확인하고, 복귀 시점을 정해야 한다. 또, 내년에 복귀한 의대생과 신입생이 몰릴 것에 대비해 정원을 초과해 교육할 수 있는 최대 학생 수를 학칙에 반영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수업 거부 재발 방지를 위해 2개 학기를 초과해 연속 휴학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

의대가 있는 한 대학 기획처장은 “(의대 증원에 관해) 올해만 학칙을 몇 차례 개정했는데, 이는 일반적이지 않다”며 “정부의 방침을 학칙에 반영했을 때 다른 학과와의 형평성 문제, 의과대학의 반발 등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고 했다. 다른 사립대 기획처장도 “의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원포인트’ 학칙 개정이 기존 학칙과 충돌할 지점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전날 교육부가 의대 교육과정을 현행 6년에서 최대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점도 논란이 됐다.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등 의료계는 “의대 교육의 질적인 고려는 전혀 없이 학사일정만 억지로 끼워 맞춰 부실교육을 감추려는 졸속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대학 교육과정을 5년으로 획일적으로 단축한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도 조기 졸업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한 의대생들…의대협 “조건부 휴학계는 협박”

의대생들은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손정호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은 “휴학계 승인에 전제를 거는 것은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강요, 협박”이라며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등 말도 안 되는 ‘땜질식’ 처방은 의학 교육 질적 하락을 자명하게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전체 의대생의 복귀 또는 유급·제적 규모는 내년 2월쯤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수강신청과 분반 우선권은 내년 신입생에게 줘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교무처장은 “추후에 유급·복학생을 수용하려면 수업 분반을 더 만들어야 한다”며 “비용도 더 들겠지만, 이런 선례를 만드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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