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생존을 넘어 삶으로

2025-10-13

지난 10일 정오, 734일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이 멈췄다.

총성과 폭격, 파괴와 죽음, 끝없는 이주와 대피가 끝난 것에 안도한 주민 수십만명은 이스라엘이 초토화시킨 가자시티로 돌아왔다.

더 이상 죽음을 피해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도 잠시, 돌아온 가자시티 주민들이 마주한 건 모든 것이 철저히 파괴된 폐허였다. AP통신이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속 가자시티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멸망 이후) 세계 같았다. 실제 가자지구는 멸망에 가까운 일을 겪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군이 이곳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유령도시 같은 이곳엔 실제 죽은 자들이 산다. 가자지구에서 약 1만1000명의 사람들이 실종됐고, 이들은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종된 이들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채 이곳에 존재한다. 가자시티로 돌아온 한 가족은 건물 잔해 속에 3명의 친척들이 묻혀 있지만 이들을 꺼낼 방도가 없어 무너진 건물 안에서 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거용 건물의 92%인 43만채 이상이 손상되거나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 잔해만 6만1000t 규모인데, 에펠탑 25개에 달할 만큼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폭격이 멈추지 않고 거의 모든 것을 파괴한 2년 동안, 가자지구 주민들은 오직 살아남는 것에 집중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부터, 굶주림으로부터 살아남는 것만이 오로지 유일한 과제였다. 이제 살아남은 이들은 전쟁이 남긴 상처를 마주하며 생존을 넘어 삶을 재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물리적 재건이 시급하다. 가자지구의 집도, 마을도, 공동체도 파괴됐다. 수도, 학교, 병원 등 사회 인프라도 파괴됐다. 유엔 특별보고관 발라크리슈난 라자고팔은 이를 ‘도미사이드’(domicide·주거살해)라고 부르며 집을 파괴하고 해당 지역을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집단학살의 주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심리적 재건은 더 까다로운 문제다. 2년간 전쟁에서 이들이 겪은 트라우마는 그 어떤 전쟁보다 더 참혹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은 무너진 집의 잔해 속에서 죽은 가족의 시신을 찾고 있다. 유예됐던 상실의 고통이 이들을 덮쳤다. 팔레스타인 작가 레파트 이브라힘은 “점령군은 맹공격을 가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애도조차 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휴전과 함께 얼마나 많은 것을 상실했는지, 평범한 삶이 지워졌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휴전은 또 다른 형태의 고통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줬다”고 말한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전쟁의 상처를 평생 짊어져야 한다. 유엔 보고서는 가자지구의 기아가 아이들의 신체뿐 아니라 언어·인지 발달을 가로막아 성인이 돼서도 오랫동안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부상당해 사지가 절단된 3000~4000명의 아이들도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재건에는 수세대에 걸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불안정한 휴전이 지속된다는 전제 조건에서다. 1단계 휴전을 넘어 영구적 평화 체제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감시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생존을 넘어 삶을 누리고 꾸릴 권리가 주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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