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군이 국경 지역에 사는 캄보디아인을 상대로 확성기를 동원한 심리전을 펼치자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캄보디아군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계자들과 함께 국경 지역을 시찰하며 휴전 이후로도 양국 간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태국 매체 방콕포스트는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국방부가 전날 휴전 이행을 관찰하는 아세안 임시 감시단을 이끌고 반테이 메안체이주 오츠로브 지역의 숙, 쁘레이 찬 마을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이 마을들은 태국 사께오주 반농야께우 마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번 시찰은 최근 태국군이 확성기 방송을 통해 노인·어린이 등 캄보디아 취약 계층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캄보디아 측 항의에 따라 이뤄졌다. 태국군은 지난 10일부터 헬리콥터 소리, 제트엔진 소리, 귀신 소리 등을 확성기를 통해 방송했다. 특히 귀신 소리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한다는 미신적 의미가 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확성기 방송을 “인도주의적 규범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캄보디아 매체 크메르타임스는 밤늦게까지 울려 퍼지는 소음에 주민들이 큰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음향기기를 이용한 심리전은 어린이와 노인에게 정신적 고통과 불면증, 공포를 안겨준다며 “심리적 고문”이라고 비판했다.
크메르타임스는 확성기 시위를 이끄는 ‘군 좀팔랑’이 군인이 아닌 SNS 인플루언서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군 좀팔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군터치 퐁파이분웨트는 평소 반캄보디아 정서에 기반한 선동적 발언으로 인기를 끈 태국 민족주의 인플루언서다. 군터치는 이전에도 캄보디아 민간인들에게 인분을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크메르타임스는 “단순히 비열한 행위를 넘어서 이는 민간인을 모욕하거나 심리적으로 고문하려는 의도를 가진 행위로 국제인도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군터치를 처벌하기는커녕 침묵을 지키는 태국 군부도 이를 방조하고 있다고 했다.
태국군은 “맥락에 따라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며 캄보디아 측 주장을 반박했다. 윈타이 수와리 태국군 대변인은 “해당 지역은 캄보디아군이 여러 차례 침범해온 곳”이며 “이에 분노한 태국 시민들이 확성기를 이용한 비폭력 시위를 벌였다”고 했다. 그는 태국군이 사께오주에서 캄보디아를 향해 벌이는 모든 작전은 민간인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24일 국경 지역에서 중화기를 동원한 무력 충돌을 벌인 두 나라는 교전 닷새 만인 7월29일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휴전 상태에 돌입한 이후로도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태국군이 반농야께우 마을에 철조망을 설치하자 이에 항의하는 캄보디아인과 태국군이 충돌해 시위대 중 최소 23명이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