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15일 고별사에서 “극도의 부와 권력, 영향력을 가진 올리가키(oligarchy, 과두제)”가 미국 정신의 핵심인 자유, 평등과 공정한 기회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과두제가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모른다. 올리가키와 어원이 같은 올리가르히는 소련 해체 후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권력과 결탁해 부를 독차지한 러시아의 소수 엘리트다.
미국의 산업 올리가키는 19세기 후반 나타났다. 링컨은 남북전쟁 당시 원활한 물자 수송을 위해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했다.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 1만2000명이 위험한 협곡 공사에 투입됐다. 유럽에서는 보불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이 배상금으로 철도 확장에 나섰다. 전 세계에서 연관 효과가 큰 철도 건설 붐이 일었다. 레일과 침목뿐만 아니라 철도역까지 포함하는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세계는 철도와 물류 혁명이 제시하는 비전에 푹 빠졌다. 전국을 연결하는 철도 덕분에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의 밀이 유럽으로 수출됐다. 트랙터가 곡물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에너지 산업에서도 혁신적 변화가 일어났다. 가솔린 내연기관의 발명으로 석유가 증기를 제치고 주요 동력원으로 등장했다. 1870년 존 록펠러는 스탠더드오일 회사를 세워, 이후 미 석유산업의 90%를 장악했다. 코닐리어스 밴더빌트는 록펠러가 정제한 석유를 선박과 철도를 통해 운반했다. 미시시피 강의 수운과 철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큰돈을 벌었다. 앤드루 카네기는 선박과 철도 제작에 드는 철강 생산을 일관화해 강철왕이 됐다.
미국 금융을 쥐락펴락하던 월가의 황제 JP 모건은 카네기 제철에 투자해 US스틸 회사를 설립했다. 최초로 자본금 10억 달러가 넘는 회사가 탄생했다. 헨리 포드와 찰스 홀은 현재에도 업계를 이끄는 포드 자동차와 알코아를 각기 설립했다. 제임스 듀크는 담배농장을 기반으로 부를 모아 듀크 대학교에 기부했다. 독점 자본가들은 생산과 유통을 일관화하고 서로 담합했다. 무리할 정도로 경영 효율화를 추구했다.
‘강도 귀족(Robber Barons)’이라 불린 이들은 사치한 생활을 과시하고 정치권력을 농락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도금시대’라 부른 이 시기의 어둠이 오늘날 재현될까. 인터넷, 전기차와 인공지능으로 신흥 재벌이 된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빅테크 사업가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은 미디어를 인수해 언론을 장악하고 거액의 정치자금을 뿌려 돈으로 권력을 사고 있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 정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이 잘못된 정보의 확산에 관여한다면 민주주의의 기반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빅테크 과두제’를 경계해야 한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