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천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에게 툭하면 폭행을 당했다. 부친의 정서적 학대에도 시달렸다.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에 따르면 유년의 폭력은 머스크를 ‘영웅 놀이’에 집착하게 했다. 그는 구타를 당할 때마다 자신을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상상하며 버텼다. 그 덕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몰두하고 물리학과 우주에 심취했다. 이때부터 ‘인류 멸종을 막으려면 지구 밖에 제2의 문명을 만들어야 한다’는 꿈이 싹텄다.
머스크의 꿈은 2000년대 초 화성 개척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그는 2029년 화성에 첫발을 디디고 2050년까지 인류 100만명을 이주시켜 자급자족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화성에서 죽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2001년 화성이주를 위한 우주왕복선을 만들겠다며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그는 거듭된 실패에도 로켓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고 대형우주선 ‘스타십’ 개발도 한창이다. 1년 뒤 친환경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창업했고 태양광 에너지 업체 솔라시티도 인수했다. 태양광 연료로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고 전기차도 운송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머스크가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에 집착하는 이유도 화성시대 기축통화로 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한다.
그런 머스크가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정부효율부 수장이자 권력 실세로 변신했다. 트럼프는 그제 취임 연설에서 “미국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는다는 우리의 ‘명백한 운명’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명백한 운명이란 19세기 미국 사회에서 유행했던 말로 서부개척시대 대외팽창이 당연하며 정당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머스크의 화성 개척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트럼프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20여년 전 머스크가 화성이주 계획을 공개하자 주변에서는 몽상가, 사기꾼이라는 비웃음과 조롱이 많았다. 지금은 ‘혁신의 아이콘’, ‘세계 최고 부자’,‘테크의 제왕’ 등 찬사가 쏟아진다. 머스크가 끊임없는 혁신과 불굴의 의지로 어린 시절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