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헌법’ 독서 열풍

2025-01-21

무엇인가의 결핍은 갈망을 낳는다. 시인 김지하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때는 국회를 해산하고 정치 활동을 금지시킨 뒤 비상계엄령하에 탄생한 ‘유신 헌법’ 시기였다. 그토록 바라던 민주주의는 오랜 시간 뒤에 왔다. 유신의 심장이 쓰러진 뒤 맞이한 ‘서울의 봄’은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와 비상계엄으로 짓밟혔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발행 1년도 되지 않아 100만부 넘게 판매되며 ‘정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2010년의 한국 사회도 결핍의 시기였다. 이명박 정부 인사들의 법적·윤리적 흠결, 총리실 민간인 사찰 문제 등이 불거지며 정의에 대한 갈망이 열풍의 원동력이었다. ‘국민 행복 시대’를 앞세웠던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날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레미제라블>의 흥행도 마찬가지다. 19세기 프랑스의 ‘비참한 사람들’(Les Miserables)이 바리케이드에 올라 불렀던 민중의 노래는 2012년 한국 시민들의 가슴을 방망이질했다. “내일이 오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리라.”

대통령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이후 민주주의와 헌법 관련 책들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한 인터넷서점 집계 결과,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 <헌법 필사> <지금 다시, 헌법> 등 헌법 관련서의 지난달 판매가 전달보다 219% 증가했다. 이달 들어선 지난해 1월보다 13배나 판매가 늘었다고 하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정의란 무엇인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 민주주의 관련 서적도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2·3 비상계엄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완성된 듯 보였던 민주주의가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윤석열의 정신세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유튜브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주변에 “레거시 미디어는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것을 보라”고 했다. 지난 1일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는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 없는 구치소 생활이 그에겐 기회일지 모른다. ‘내란 동조자’들도 유튜브 해독을 위해 민주주의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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