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엑시노스' 스마트폰으로 이관?…“득보다 실”

2025-03-30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플로세서(AP)인 '엑시노스' 개발을 반도체(DS) 부문에서 모바일경험(MX)사업부로 옮기려 한다는 '이관설'이 나와 실현 가능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부활, 나아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복원을 위해 대대적으로 '메스'를 들이댈 것이란 관측에 이관설이 탄력 받는 모습을 보였으나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엑시노스 개발의 MX 이전은 경영진단 과정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의 문제점을 찾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경영진단을 진행하고 있는데, 엑시노스 사업을 스마트폰을 만드는 MX로 넘길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유는 스마트폰과 AP의 시너지를 위해서다. 애플처럼 스마트폰 사업부에서 직접 칩을 설계하면 기기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근거다. 또 이를 통해 현재 부진한 AP 사업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엑시노스 사업 이관설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갤럭시 S25' 시리즈에 공급이 불발되는 등 사업 부진과 맞물려 최근 다시 증폭된 모양새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과 AP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건 근시안적 분석이란 평가다.

당장 누릴 수 이점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실적 개선이다. 하지만 MX사업부가 모바일 AP 사업 적자를 떠안더라도 한 회사라는 점에서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엑시노스 사업이 이관되더라도 기업 가치에는 변동이 없다”며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에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은감이 있다”고 말했다.

엑시노스 사업 이관 시 오히려 MX사업부의 경쟁력 저하 우려는 더 커진다. 우선 다른 AP 공급사인 퀄컴(스냅드래곤), 미디어텍(디멘시티)과의 제품 개발 협력과 가격 협상에 있어 장애를 초래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기술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하나의 회사지만 사업부별 독립 경영' 원칙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MX사업부 내 모바일 AP 개발 조직이 생긴다면 퀄컴, 미디어텍과 경쟁 관계가 돼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무작정 엑시노스 탑재량을 늘리기에도 스마트폰 경쟁력 저하 우려가 있다. 엑시노스는 퀄컴에 성능이, 미디어텍에 가격 대비 성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퀄컴, 애플은 모바일 AP용 중앙처리장치(CPU)를 내재화했으나 삼성은 아직이다. 과거 프로젝트 '몽구스'를 추진했으나 2019년 폐기하면서 여전히 Arm 기술 의존도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엑시노스 사업 육성을 전폭 지원하기에는 제품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라며 “스마트폰 시장 1위 지위도 흔들리고 있어 핵심 협력사인 퀄컴, 미디어텍과 불화의 씨앗을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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