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전쟁 본격화...한국, GPU 부족에 '뒤처진 출발’

2025-03-31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딥시크 사태 이후 AI 패권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출혈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AI 업계 판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 GPU 부족으로 원천경쟁 기술력에서 밀리며,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AI 시장 선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딥시크 사태 이후로도 미국을 맹추격 중이다.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도 신규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이하 큐원)'를 출시했다. 알리바바는 큐원이 오픈AI의 GPT-4o와 딥시크-V3, 메타의 LLaMA(라마)-3.1-405B 등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유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업계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구글·메타·MS·아마존 등은 딥시크 사태 이후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용 효율화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경량화 작업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구글 제미나이 2.0 플래시 라이트 △GPT-4o 미니 등이 그 예시다.

또한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AI 모델 단가 낮추기도 진행 중이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성능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AI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라며 "오픈AI와 같은 업계 선두 주자들도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이용료를 낮춰야 할 상황이 왔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런 업황이 결국에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뚜렷한 AI BM(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상황인 만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견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모델 공급이 많아지며, 출혈경쟁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라며 "확실한 BM이 발굴되기 않으면 AI 기업들의 과잉투자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부, GPU 확보 계획 밝혔지만 '늑장대응' 비판

전 세계적으로 AI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인프라 부족에 원천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머니게임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AI 투자액은 1419억 달러(208조5504억 원)인데, 미국의 투자 금액은 전체 금액 중 6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정부가 AI를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스타게이트'에 최대 5000만 달러(735조1000억 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과 체급이 비슷한 나라들 간의 경쟁에서도 손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언론기관인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의 AI 경쟁력은 전 세계 6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앞 순위에는 업계 선두 주자인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등이 자리를 잡았다.

업계는 국내 국내 IT 기업들이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GPU 확보가 시급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AI 기술 개발은 수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만큼 양질의 GPU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이 보유한 GPU는 2000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픈AI가 챗GPT4를 만드는데 사용된 GPU 개수가 1만5000개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부족한 수치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는 2026년 까지 GPU 1만8000장을 확보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정상 교수는 "정부가 최근 AI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다고는 했지만 늦은감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정부가 GPU를 구비하는 동안 해외 기술은 더 빨리 진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원천기술 개발을 진흥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 IT 기업, AI 사업 강화 위해 '실용성' 집중

원천 기술력에서 뒤처진 국내 기업들은 실용성을 바탕으로 활로 모색에 나선다. 자사 AI 모델에 해외 기술을 적용해 높은 성능의 솔루션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자체 LLM을 보유한 통신3사도 빅테크와 협업 확대에 나섰다. △SK텔레콤(에이닷)-퍼플렉시티 △KT(믿음)-MS(마이크로소프트) △LG유플러스(익시젠)-구글 등이 그 예시다. 카카오도 오픈AI와 협업을 통해 카나나를 출시할 계획이다.

반면 네이버와 LG그룹은 자체 AI 역량 강화에 더 집중하는 행보를 보인다. 딥시크 사태 이후로 양사의 기술 고도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LG AI 연구원이 국내 최초 추론형 AI 모델 ‘엑사원 딥-32B(이하 엑사원 딥)’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엑사원 딥은 딥시크 사의 추론형 AI 모델 R1의 매개변수(데이터를 연결하는 단위)가 5%로 경량화 한 모델이다. 그럼에도 2025년 수능 수학영역 평가에서 94.5점으로 89.9점인 딥시크 R1을 앞섰다는 것이 LG그룹의 설명이다.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한 네이버도 파라미터 수가 기존 대비 약 40% 수준으로 크기는 작지만 더 강력한 성능을 갖춘 신규 모델을 사내에 공개했다. 또한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추론 강화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이런 전략들을 바탕으로 AI 수익화도 목전으로 다가왔다. 자사의 플랫폼에 AI 솔루션을 적용시키는 것을 통해 BM 발굴을 유도 중이다.

통신3사는 AIDC(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이미 수익이 창출되고 있으며, 콜센터에도 AI를 적용해 인건비도 절감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이커머스 사업에 AI를 적용하며, 수요를 급증시켰다.

학계는 원천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지면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안정상 교수는 "저가 경쟁을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 기술을 응용 서비스로 하는 만큼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추후 경쟁력을 상실하게 도리 것"이라며 "고유 원천 기술을 빨리 개발해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하는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라고 진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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