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가 국가경쟁력 견인
통신 인프라 수요로 확산
투자 답보·건설 침체 장기화
무리한 통합발주 땐 품질 ↓
"통신망은 곧 사회안전망"
체계적 유지보수 병행 필수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세계가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범국가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세계의 AI 투자액은 1419억달러(약 196조3000억원)로 2015년(329억달러) 대비 4.3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전체 비중의 60%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상위 10위권 내에 가까스로 명함을 내밀었다. 하지만, 실제 AI 투자 액수에서 일본·캐나다 등에 밀리면서 주요국 대비 크게 열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 AI 투자가 반도체 등 컴퓨팅 인프라에 국한돼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AI로 인해 촉발될 어마어마한 데이터 트래픽은 통신 인프라에 대한 수요로 확산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적인 정보통신강국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2000년대 초 초고속인터넷 붐 이후 십수년간 통신망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신사업자의 지지부진한 이동통신망 투자에 더해 침체일로인 건설경기가 대다수 정보통신공사업체의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상황이다.
업계 추산, 올해 통신3사의 설비투자금액은 총 7조5990억원으로 지난해 설비투자 집행금액 잠정치인 7조7620억원 대비 약 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약 9조원의 설비투자가 집행된 이후 줄 하향세다.
건설경기 침체는 이미 장기화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문을 닫은 중소건설사가 속출하고, 진행 중인 공사마저 올스톱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밖에도 발주처의 무분별한 통합발주, 무리한 형사처벌 위주의 중대재해처벌법, 낮은 가격중심의 공사비 산정 문제 등이 정보통신공사업계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며 전체 ICT인프라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합발주는 발주처가 정보통신공사를 여타 공종의 공사와 분리도급 하지 않음으로써 막대한 자금력과 대규모 인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가 유리해지는 구조로 정보통신공사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핵심은 대형 건설사가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실제 정보통신공사는 정보통신공사업체에게 하도급을 준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신공사업체는 당초 원도급자에게 책정된 공사비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시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전체 통신망의 시공품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관련업계는 통신망의 시공품질 저하가 비단 통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많은 안전설비가 ICT와 융합되면서 이제는 통신 인프라가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통신설비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유지보수·관리의 의무화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2023년 7월 정보통신공사업법을 개정해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에 대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바 있다. 건축물 등에 설치된 정보통신설비의 성능점검 실시·점검기록 작성 등 유지보수에 관한 사항 및 유지보수·관리자 선임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이미 AI에 대해 '규모의 경제'로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을 쫓아가기보다 우리의 정보통신강국으로서 강점을 살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I가 보다 원활하게 공급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2000년대 초고속인터넷 투자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인프라 고도화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 근간에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업계가 성장해야 함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산적한 법·제도적 실타래를 풀고, 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가 합심해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