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아낌없이 쓰이는 ‘가축분뇨’

2025-02-04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자신을 아이에게 모두 내어주는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무조건적 사랑과 희생을 보여준다. 가축은 나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내어준다. 단순히 먹거리와 옷감의 원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삶과 문화 그리고 환경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혜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잘 관리하고 감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축분뇨, 즉 ‘아낌없이 주는 자원’으로 얻는 이점과 이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000만t 이상의 가축분뇨가 발생한다. 프랑스 에펠탑 무게의 5000배에 달한다. 이 중 85% 이상은 퇴비와 액비로 자원화돼 농경지에 사용되며 화학비료를 대체한다. 우리는 그 덕에 건강하고 안정적인 식재료를 얻는 동시에 자연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한다.

가축분뇨는 에너지원으로도 핵심 역할을 한다. 가축분뇨를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추출해 전기를 생산하거나 이를 개질(리포밍)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일상적으로 쓰인다. 우리나라는 2023년 시행된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에 따라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지속적으로 구축하며 향후 수소 생산까지 계획 중이다. 수소는 청정에너지로 활용될 수 있어 미래의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바이오차(Biochar)’ 생산에도 가축분뇨가 활용된다. 바이오차는 가축분뇨를 고온 열분해해 생성한 물질로, 토양 비옥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탄소를 저장함으로써 기후변화 완화에 이바지한다.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만드는 기술은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가축분뇨 처리 문제를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하지만 가축분뇨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수질오염과 악취 문제 같은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가축분뇨의 해양 투기를 금지하면서 처리 시설에서 적정 처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부적절한 처리 탓에 환경문제라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가축분뇨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지속가능한 농업과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가축분뇨는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이를 통해 인간과 가축·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경영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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