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분기 적자라는데... 현금 쌓고 추가투자 준비 '실속' [공시+]

2025-02-19

삼성SDI 최근 5년간 실적 분석

작년 4분기 영업손실... 7년만 첫 분기 적자

분기 영업손실 불구, 'ESS용 LFP' 투자 확대

CAPEX·투자활동현금흐름↑... ESS 수요 대응

ESS용 LFP 마더라인 이미 구축... 샘플 보내

비주류 사업 정리... 추가 투자 여력 확보

현금 유입... 재무활동현금흐름 4조 돌파 유력

'어려울수록 과감한 투자.' 삼성SDI의 최근 5년간 실적 분석 결과를 한 줄로 평가하면 이렇다.

삼성SDI는 영업이익이 줄어도 개의치 않고 미래 핵심 먹거리가 될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라인 확대가 대표적이다.

ESS용 배터리는 전기차용과 다르게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산업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는 외부 전력이 끊겼을 때를 대비해 비상용 발전 시설을 필수적으로 운용한다. 그 시설의 핵심 축이 ESS이다. 현재 ESS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성능 LFP 배터리가 주로 쓰인다. ESS는 해상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중간 허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LFP는 3원계 배터리에 비해 무겁고 에너지 밀도와 출력에서 약점이 있다.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낮다는 특장점이 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주요 완성차 제조사의 프리미엄 모델에는 3원계 배터리가, 보급형 모델에는 LFP 배터리가 주로 쓰인다.

ESS에 쓰이는 배터리는 부피와 크기, 중량에서 전기차용과 달리 한결 제약이 적다. 부족한 에너지 밀도와 출력은 배터리셀을 그만큼 더 많이 탑재하면 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안정성을 확보한 LFP에 대한 수요가 높다. 삼성SDI의 ESS용 제품군 확대는 이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LFP는 ESS용 배터리로 에너지 출력량은 전기차에 탑재해도 될만큼 업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마더라인은 국내에 있지만 향후 생산라인을 미국에 증설할 계획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추세가 상승 반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ESS용 LFP 제품군 확대는 전기차용 이차전지에 쏠려있는 회사의 포트폴리오 구조를 개선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25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7년 1분기(-693억원) 이후 7년여만이다. 매출(3조7545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하며, 매서운 '실적 한파'에 맞닥뜨렸다.

☞삼성SDI의 최근 5년간 실적 추이

<매출 및 전년 대비 매출 증감률>

▲2020년 11조2948억원(36.8% 증가) ▲2021년 13조5532억원(19.9% 증가) ▲2022년 20조1241억원(48.4% 증가) ▲2023년 22조7083억원(12.8% 증가) ▲2024년(E) 17조2074억원(24% 감소)

<영업이익 및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감률>

▲2020년 6713억원(223.6% 증가) ▲2021년 1조676억원(59% 증가) ▲2022년 1조8080억원(69.3% 증가) ▲2023년 1조6334억원(9.6% 감소) ▲2024년(E) 6242억원(61.7% 감소)

일각에서는 전기차 '캐즘'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는 분석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례로 2023년의 경우,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매출은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매출보다 영업이익 하락 폭이 2배 이상 컸다. 영업과 관련된 대규모 투자나 비용 집행이 이뤄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추론의 당부 여부는 회사가 공시한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공시분석 결과 실제 삼성SDI의 CAPEX(자본적 지출·생산설비투자)는 2023년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투자활동현금흐름도 양상이 비슷하다. 2023년 회사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직전년도 대비 약 1조1000억원 증가한 4조1000억원 대를 기록했다. 7년여만에 분기 적자를 낼만큼 사정이 어려웠던 지난해도 회사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약 1300억원 늘어난 4조2393억원에 달했다.

☞삼성SDI의 최근 5년간 투자 관련 주요 지표

▲2020년 1조7283억원(8.9% 감소) ▲2021년 2조2547억원(30.4% 증가) ▲2022년 2조8089억원(24.5% 증가) ▲2023년 4조482억원(44.1% 증가) ▲2024년(E) 5조5166억원(36.2% 증가)

<투자활동현금흐름>

▲2020년 -1조7784억원(15.8% 증가) ▲2021년 -1조9495억원(9.6% 증가) ▲2022 -2조9462억원(51.1% 증가) ▲2023년 -4조1048억원(39.3% 증가) ▲2024년(E) -4조2393억원(3.2% 증가)

☞'투자활동현금흐름' 개요

▲부동산, 기계설비, 자동차 등 유형자산의 취득 혹은 매각 ▲유동자산(대여금·금융상품 등) 증감 ▲투자자산(장기투자상품·장기대여금 등)의 증감 ▲무형자산(특허권·사용권 등)의 취득·상실 등을 반영한 지표이다.

자산을 '매입'하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보유 현금 감소), 자산을 '처분'하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보유 현금 증가)로 표기된다. 투자를 지속하는 기업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기본적으로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한다. 그 금액이 커질수록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투자 규모가 커진 이유로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성능 개선과 LFP 라인 증설이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국내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는 삼성SDI의 개발 속도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 투자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10~20년을 내다본 시장 선점 성격이 짙다. 반면 ESS용 LFP 투자는 회사의 '현재' 가치 상승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삼성SDI는 ESS용 LFP 배터리 마더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조만간 파트너사들에 시제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마더라인은 제품 양산 가능성을 보기 위해 파일럿(시험생산) 라인보다 규모를 키운 시설이다.

이는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유럽의 전기차용 LFP 배터리 수요가 지난해보다 올해 약 6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기술 연구 자문회사 테크나비오는 글로벌 ESS 시장이 지난해부터 연평균 37.6% 성장해 2028년 471억9000만 달러(68조298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3원계 하이니켈 배터리 대비 저렴한 가격과 높은 안정성, 긴 수명에 힘입어 보급형 전기차와 ESS 분야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우드 맥켄지, SNE 리서치를 포함한 복수의 시장조사업체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kg당 에너지 밀도는 LFP 140~180Wh, 3원계 하이니켈 250~300Wh이다. 가격은 kWh당 LFP 80달러(11만5600원), 하이니켈 110달러(15만9000원) 수준이다.

ESS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는 회사의 재고자산 지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SDI의 '반제품' 재고자산은 ▲2020년 6080억원 ▲2021년 8043억원 ▲2022년 1조2178억원 ▲2023년 1조2956억원 ▲2024년 3분기 기준 1조2449억원으로 해마다 우상향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이 반제품 대다수는 삼성SDI의 ESS 브랜드 '삼성배터리박스(SBB)'를 비롯한 ESS용 모듈 혹은 팩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모듈, 팩 반제품의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고객사 수요가 큰 상황"이라며 "반제품 재고를 늘리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추가적인 투자 여력도 확보했다. 비주류 사업을 정리하면서 곳간 속 현금을 늘렸다.

지난해 9월 삼성SDI는 중국 법인이 운영하던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의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넘겼다. 매각대금은 7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지난해 기준 삼성SDI의 재무활동현금흐름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자본 조달 및 상환 등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금의 유입이 유출보다 많으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로 나타난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에 유입된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장·단기 차입금 영향으로 보인다"며 "합작법인, 전고체, LFP,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재무활동현금흐름 유입 규모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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