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에서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늘 주변부에 머문다.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는 모두 축구 열기가 뜨거운 나라들이지만, 우승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나이지리아, 세네갈,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국가는 대회가 열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우승 후보’로 분류된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27일 “동아프리카 국가가 AFCON에서 우승한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동서 아프리카 사이 격차는 단순한 실력 문제가 아니라, 축구가 작동하는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축구의 가장 큰 강점은 재능 그 자체보다 유소년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명확한 이동 경로다. 아카데미, 에이전트, 유럽 클럽 스카우트가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선수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가 ‘축구를 직업으로 삼는 경로’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동아프리카에서는 축구가 여전히 불확실한 선택지로 남아 있다. 재능 있는 아이들이 축구를 시작해도, 장기적인 커리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약하다.
서아프리카 리그는 결과적으로 선수 수출을 전제로 한 플랫폼에 가깝다. 리그 완성도보다, 얼마나 많은 선수를 유럽으로 보내는지가 경쟁력으로 작동한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챔피언스리그조차 유럽 스카우트 눈을 사로잡기 위한 일종의 쇼케이스다. 동아프리카는 정반대다. 탄자니아와 에티오피아처럼 리그 내부 완결성과 국가 정체성을 중시하는 구조에서는 선수의 해외 진출이 제한된다. 에티오피아 선수들은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케냐는 행정·재정 문제로 리그 기능 자체가 흔들린 시기도 있었다.
서아프리카 대표팀은 대부분 유럽 상위 또는 중위권 리그에서 경쟁하는 선수들로 구성된다. AFCON은 이미 익숙한 무대다. 반면 동아프리카 대표팀은 자국 리그 중심에 일부 유럽 하위 리그·디아스포라 선수를 섞은 형태가 많아, 경기 템포와 전술 완성도에서 격차가 발생한다. 우간다는 아카데미와 해외 진출 파이프라인을 비교적 잘 구축한 덕분에 현재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평가받는다.
동아프리카가 육상 강국이라는 사실은 축구 부진의 원인이 아니다. 축구에 적합한 신체 조건의 인재는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그 재능이 축구로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을 뿐이다. 결국 차이를 만든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어떤 스포츠가 사회적으로 선택되고, 보호받았느냐다.
2027년 AFCON은 케냐·우간다·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공동 개최한다. 성적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회가 축구가 ‘가능성’이 아니라 ‘경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느냐다. 디애슬레틱은 “서아프리카가 이미 ‘축구 산업의 현재’라면, 동아프리카는 여전히 ‘미래’에 머물러 있다”며 “2027년은 그 미래가 현실로 넘어갈 수 있는 드문 기회인 셈”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