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술인 막걸리를 성적으로 홍보한 영상이 논란을 빚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이 영상은 상단에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로고 가 달려 있어 더욱 문제가 됐다. 취재 결과, 문제 영상은 농식품부와 aT에서 ‘공동마케팅’ 비용을 받는 한국막걸리협회가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농식품부와 aT는 영상 내용과 제작 사실을 사전에 보고받거나 허가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 됐다.
영상은 해당 사단법인의 베트남 홍보 계정에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숏폼)인 ‘릴스’로 10여편이 제작됐다. 각 영상에선 여성이 민소매나 비키니를 입은 채 막걸리를 가슴 위로 흘리거나 요가복을 입은 여성이 엉덩이를 보여준다. 또 막걸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여성의 신체나 스타킹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각 영상은 조회수 1만∼3만회을 얻었다. 현재 선정적 영상은 삭제됐지만 여전히 여성이 술을 들고 춤을 추는 영상 등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전통주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성적인 홍보가 우리 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대표 발효식품인 데다 과거와 달리 최근엔 품질 좋은 우리농산물을 적극 사용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는 중이다. 이를 잘못 홍보하면 막걸리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초 사케(일본술), 소츄(일본소주) 등을 포함한 일본의 전통 술 빚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정식 등록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라는 것이다.
정호철 전통주 소믈리에는 “영상을 보고 우리나라 막걸리는 선정적인 여성 이미지로만 어필할 수밖에 없는 제품인가 싶어 분노했다”며 “우리 술 수출을 위해선 자극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전통주 문화 정립과 발효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홍보 방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과거엔 남성이 주류시장의 주 소비자층이라 여성을 주류와 연관시키는 형식의 광고를 적극 내세웠지만 여성 소비자가 늘면서 홍보 트렌드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 ‘새로’ 소주는 연예인이 아닌 캐릭터 ‘새로구미’를 내세워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4억병을 돌파했다. 오비맥주는 ‘한맥’ 맥주를 출시할 때 100% 국내산 쌀로 만든 점과 복잡한 공정 과정을 홍보했다. 세계적인 술인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 프랑스의 와인은 프리미엄 술일수록 원재료 품종과 제조자 등을 강조하는 식으로 광고한다.
aT는 영상을 제작한 한국막걸리협회에 문제 영상의 삭제를 요청했으며, 향후 막걸리 해외 홍보 때 양질의 콘텐츠를 활용하도록 입장을 전달했다. 또 무단으로 정부 부처 로고를 활용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한국막걸리협회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침체돼 우리 막걸리의 조속한 수출을 하려고 마케팅에 욕심을 내다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사용했다”며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홍보하고 수출 업체들의 내실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aT 관계자는 “수출에 관여하는 사단법인에 여러 정량·정성 평가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내용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문제 파악 후 즉각적으로 대응했고 앞으론 막걸리 홍보 때 우리 술의 문화와 역사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