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자의 정산자금 외부 위탁의 범위를 규정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PG업자들은 정산자금의 60% 이상을 신탁이나 지급보증보험 방식으로 외부 관리해야 한다. 티메프 사태 안팎으로 PG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는 가운데 6조원 안팎에 이르는 신규 자금 수요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으로 'PG업 정산자금 외부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조만간 행정지도 방식으로 업계에 관련 사항을 전달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에는 PG업자가 보유한 정산자금 가운데 우선 60% 이상을 신탁 또는 지급보증보험으로 외부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행정지도 시행 직후부터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PG업자들은 정산자금 관리기관과의 계약 체결 및 시스템 구축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추후 선불충전금과 마찬가지로 경과 기간을 거쳐 60%에서 100%까지 별도관리 의무 비중을 상향할 방침이다.
앞서 선불업자의 선불충전금 100%를 신탁 또는 보증보험으로 외부 관리하도록 한데 이어 PG업자의 정산자금까지도 별도 관리에 들어가게 되는셈이다. 전자금융업 전반에 대한 관리 감등독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가이드라인 시행 안팎으로 신규 외부관리 수요가 생기는 금액만도 약 6조원 상당에 이를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PG업계의 총 잔액 규모는 9조9000억원에 이른다. PG잔액은 PG사가 정산주기에 따라 가맹점 등에 정산 예정인 금액을 의미한다.
선불사업자의 잔액 규모를 더 하면 그 규모는 더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말 기준 PG 및 선불 잔액은 14조4000억원까지 규모가 불었다. 정산자금의 60%를 우선 외부 관리하도록 규정한 만큼 은행 및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 및 서울보증보험의 지급보증보험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셈이다.
신규 전자금융업체의 시장 진입도 줄잇고 있다. 지난달에만도 이나인페이, 핀샷, 제노솔루션, 플래티넘페이먼츠 등이 줄줄이 전자금융업 신규 등록을 마친 상황이다. 정산업무가 수반되는 업체 전반이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은 물론 외부 관리업체에 자금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형 PG사들은 외부 관리업체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급보증보험 시장의 경우 서울보증보험(SGI)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체제다. 은행권이나 증권사의 신탁 역시 중소형 PG의 특성상 소액에 불과한 만큼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다. 앞서 벤처펀드 수탁 거부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G나 선불업자도 이제는 금융회사에 준하는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개정 전금법의 기본 방향”이라면서 “중소 핀테크 기업 역시도 언제까지 산업 육성이라는 방향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발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