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가 23일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 30일~11월 1일) 준비 현황에 대해 “마지막 남은 1%는 하늘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찾은 마지막 경주 현장 점검에서 99%는 준비가 끝났다고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김 총리는 이날 경북 경주에서 출입 기자단과 차담회를 열고 “6·3대선 전에 당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을 맡게 돼 제일 걱정됐던 게 APEC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김 총리는 “당시 우리가 굉장히 준비가 안 되는 것 같아 잘못되면 큰 문제가 생기겠다 싶었다”며 “정말 큰 걱정을 가지고 경주를 찾았는데 사실 처음엔 암담했다. 인프라나 모든 게 전혀 정리가 잘 안 돼 있었다”고 되짚었다. 이어 “사실 경주에서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번, 두 번, 세 번 경주를 오면서 든 생각은 경주로 선정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만한 지역이 없다”며 “큰 규모의 호텔들을 이 정도로 가지고 있기도 쉽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역사적 콘텐츠가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지난 7월 3일 취임 직후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을 맡아 이날까지 경주를 여덟 차례 찾았다. 김 총리는 “공항에 정상들이 딱 떨어지는 순간부터 들어오는 과정부터 경호·숙소·음식·공연 모든 것을 다 ‘악 소리가 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초격차 APEC을 얘기하며 준비했다”며 “마지막까지 저를 포함한 모든 관련자가 정말 자기 집안 손님 맞이한다는 각오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30일 경주 개최가 유력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중간에 여러 고비가 있었다”며 “결국은 정상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됐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저는 성공 가능성은 열어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분명한 건 APEC 기간 거치면서 뭐가 특별히 안 좋아지는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것”이라며 “얼굴 보고 환담하는데 가급적이면 좋은 방향으로 노력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에 대해선 “이 대통령께서 감당할 수 있지 않은데 시간에 쫓겨서 서명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처음부터 여러 번 했다”며 “미국 측 최초 요구가 우리가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 공감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합의문 작성 시기에 대해선 “정치 지도자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서 굉장히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며 “ 한덕수 전 총리는 지난 대선 시기에 거의 끝을 내려고 했다. 그 수렁에 빠져들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깊은 수렁에서 국정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HICO)를 비롯해 엑스포 대공원 내 신설된 APEC 경제전시장 등을 둘러보며 막판 점검을 했다. 경제전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초상화 로봇인 ‘스케처 엑스(SKETCHER X)’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로봇이 이현세 작가의 그림체로 초상화를 그려주자 “손재주가 대단하시네. (외국 정상들이나 기업인들이) 좋아하겠다”고 감탄했다. 동행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현세 작가는 경주 사람이다. 오늘도 해외 바이어들이 여기에만 줄을 서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