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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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1942년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조력사 방식을 통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중단하는 행위를 인정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조력사를 허용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의 존엄사를 합법화했다.
스위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에서도 네덜란드와 비슷한 수준의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존엄사는 환자 자신의 의사를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는다는 뜻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과정에서 널리 환자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의미로 쓰이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세 이상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9명(92%)이 임종기 때 연명의료 중단을 희망했다.
인공호흡기 착용이나 심폐소생술 등으로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는 ‘소극적 존엄사’인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회복 가능성 없는 삶은 의미가 없어서’(63.8%), ‘가족에게 부담이 되기 싫어서’(56.9%)를 꼽았다.
또 의사의 도움으로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적극적 존엄사’인 조력 존엄사의 합법화에는 82%가 찬성했다.
적극 존엄사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불필요’(41.2%),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27.3%) 등을 주로 꼽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중단법은 2009년 처음 발의된 뒤 9년 만인 2018년 허용됐는데 지금까지 271만명이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혔다.
조력 존엄사의 경우 2016년 서울대팀 조사에서 41.4%였던 찬성률이 8년 만인 이번 조사에서는 82%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존엄사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 정신이 살아 있을 때 존엄과 독립을 유지하다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주장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죽음이 가까운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소극적 관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삶의 질과 가치, 의미를 생각하는 적극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조력 존엄사를 논의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