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지수 15단계 하락, '기후위기 대응' 헌법불합치 주목

2025-03-03

대한변협, '2024 인권보고서' 발간

대한변협이 2024년의 인권상황을 평가하고 그 개선방안 등을 기록한 《2024 인권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생명 · 신체의 자유 등 기본이 되는 9개의 주요 인권 분야와 젠더 갈등, 프라이버시, 여행의 자유와 인권, 행복추구권 관점에서 본 동물의 지위, 의료대란과 국민의 건강권 등 2024년 시의성 있는 주제들에 대한 특집 부문으로 나눠 2024년의 인권상황을 조망했다. 변협은 "거의 모든 지표에서 별반 나아진 상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2024년을 평가하고, "2025년은 위험한 시기가 아니라 위험하지만 기회인 한 해가 되도록 인권 감시자인 변협의 역할도 가열하여져야 할 것"이라는 소망을 담았다. 변협은 군사정권 시절인 1985년의 인권상황을 담아 1986년 첫 인권보고서를 발간한 이래 매년 인권보고서를 발간해 오고 있다. 2024 인권보고서는 변협의 서른아홉 번째 인권보고서다.

변협 2024 인권보고서가 개관한 9개 부문별 인권상황을 요약해 소개한다.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2023년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검찰은 종종 사형 구형을 하고 있으나 법원의 사형 선고는 1건에 그쳤고 아직 사형집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형집행의 시효를 삭제하는 형법 개정이나 교도소 내 사형집행 시설에 대한 점검실시, 미집행 사형수 이감 조치 등으로 사형집행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기는 하였으나 실제 집행에 이르지는 않았다. 2019년에 제기된 사형제 폐지 헌법소원 사건은 아직도 심리 중이다.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추세는 범죄자의 개선과 교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양형기준을 상향하고 엄한 형벌을 과하는 데 치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수년간 엄벌주의가 강화되는 경향에도 불구하고 범죄율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통계지표는 엄벌주의가 범죄 발생을 억지하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 사이에서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소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임종 과정뿐만 아니라 말기 과정 환자도 연명의료 결정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법 논의는 아직 법안 발의 단계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조력존엄사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후속 입법은 2020년 12월 31일의 입법 시한을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처벌의 공백 상태가 4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산유도제 사용 허용으로 입법 공백을 우회하려는 논의도 제기된다.

◇사법인권=줄곧 80% 이상에 머물던 구속영장 발부율은 79.5%로 떨어졌다. 반면에 압수수색영장의 실질발부율은 99%에 달한다는 지적과 함께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적절한 통제 방안의 마련 및 주로 전자정보를 중심으로 압수수색 이후의 처리과정에 대한 통제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4년 2월 23일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교환 자료에 대한 압수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정하고, 해당 자료 일체에 대한 압수를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 미국식 '비닉특권'의 도입과 상관없이, 의뢰인과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의 비밀 보장은 우리 「헌법」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매우 적절한 판단이다.

압수수색영장 실질발부율 99%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하여 변제공탁을 한 공탁자의 공탁물회수청구권을 제한하고 그 공탁에 대해 피해자측 의견을 듣도록 「공탁법」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다. 피해자의 '신변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주소 등 신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장해구조금 또는 중상해구조금 신청 도중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구조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범죄피해자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범죄피해자보호법」이 개정되었다.

◇표현의 자유=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는 2019년 41위, 2020년 42위, 2021년 42위, 2022년 43위, 2023년 47위에 이어 2024년에는 62위로 평가되었다. 15단계 하락한 수치다. 언론 신뢰도 역시 전년보다 약간 상승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47개국 중 38위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 이용 매체는 포털서비스에서 소셜미디어로 이행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자유지수는 72개국 중 21위를 차지했다. 언론분쟁의 증가에도 인터넷 뉴스서비스 증가가 원인으로 자리한다. 언론조정 중재 신청 건수가 증가하는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4년에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설치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한 2008년 이후 법정 제재가 가장 많고 그중에는 선거와 관련이 없는 등 적절치 못한 결정들이 있었다는 비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법정제재를 남발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입틀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2024년 7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보호출산제는 아동이 친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과 관련하여 보호출산제를 통해 위기임산부와 아동을 보호하면서도 어떻게 아동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을지 숙제를 안겨주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종북 세력'이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언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알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겠으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아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한 대법원 판결은 알 권리와 관련한 2024년 주목할 판결이라고 하겠다.

◇환경권=2024년은 기후위기와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환경권과 관련한 논의가 국내외적으로 가장 활발한 한해였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조치를 더욱 강력하게 이행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적으로 다수의 기후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헌법소원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위헌성이 다투어졌는바,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아시아 최초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중장기 목표를 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 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호주 노던준주 지역에서 신규 천연가스 추출사업를 수주한 한국기업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및 호주 원주민들은 가스전 파이프라인 환경인허가에 대하여 법률 위반 및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호주 법원에 소송 및 가처분을 제기하는 한편, 한국 법원에는 환경 파괴와 이산화탄소 다배출이 예상되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한국 공적자금 투입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투자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한국 법원은 가처분을 기각하였으나 호주 법원에서는 공사중지 가처분이 인용되어 공사 일시 중단되었다가 2024년 1월 경에야 재개되었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노력과 비교할 때 한국은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인다. 환경성과지수에서 한국은 2022년 63위에서 소폭 상승한 58위(50.6점)를 기록하였다. 「2024년 지속가능개발보고서(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2024)」에서 한국은 2023년 31위에서 2단계 하락한 33위(77.3점)를 기록하였다.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국내 ESG공시기준 제정을 연내 마무리하여, 2026년부터 총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의 ESG(환경 · 사회 · 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환경오염피해 인과관계 증명 부담 완화

대법원은 2023년 12월 28일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업 등의 배상책임을 가릴 때, '전체적으로 보아 시설의 설치 · 운영과 관련하여 배출된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 · 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는 법리를 선언하여 원고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을 완화하였다.

2024년 6월 27일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로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가 배상책임이 확정되었다. 2011년 원인 불명의 폐질환 사례가 보고되면서 시작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마침내 종지부가 찍힌 것이다.

◇이주외국인 · 난민의 인권=전 세계에서 난민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정부의 외국인정책은 저출생, 생산가능인구 감소,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데 집중되었다.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근로자 수를 대폭 늘렸고, 농어촌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확대하였다. 외국인근로자의 지역제한 조치,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잠재적 노동력으로서 유학생 유치 등 사회 · 경제적 측면에서 외국인을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 외국인 중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는 포함하고 난민인정자를 제외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재 결정, 2016년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민심사 면접을 담당하던 공무원과 그 면접과정에서 통역을 맡았던 통역인이 난민신청자의 난민사유에 대하여 제대로 질문하지 않거나 난민신청자들이 진술하지 않은 사항을 기재하는 등 허위 · 부실하게 면접조서를 작성하여 문제가 된 사건에서 원심과 달리 담당 공무원과 통역인에게 허위 난민면접조서 작성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 판결,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었다가 이른바 '새우꺾기'를 당한 모로코 국적 외국인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제1심판결 등은 주목할만한 판결례이다. 2020년 9월부터 벌어진 대구 이슬람사원 관련 분쟁은 대구 북구청의 공사중지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음에도 2023년 9월 다시 공사중지명령이 내려졌다.

◇여성의 인권=2024년 3월 8일 발표된 한국의 유리천장지수는 OECD 2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12년 연속 최하위다. UNDP의 성불평등지수에서도 전년보다 한 단계 하락했다. 성격차지수에서도 2006년에는 115개 국가 중 92위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146개국 중 105위, 2024년에는 146개국 중 94위를 차지했다. 특히 성격차지수에서 하위그룹인 한국이 성불평등지수에서는 비교적 선두그룹에 속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로, 유사한 사회경제 수준을 가진 국가들보다 경제적 · 정치적 활동에서의 성별 격차가 큰 것이 한국의 특징이라는 해석이다.

피해자 중 많은 비중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가정폭력, 성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범죄 등에 대해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동 · 청소년의 인권=아동학대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23년 아동학대로 신고 접수된 사건 수가 48,522건으로 지난해보다 5.2% 증가하였다. 2022년을 제외한 최근 5년간 계속 증가추세이다. 다만 조사 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전년보다 감소했다. 신체학대 중 성적 학대가 다양해지고 있고, 전기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학대가 다수 발견되며 향후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 또한 새로운 아동학대의 유형으로서 보복성 학대, 욕설과 혐오성 발언 등도 발견된다.

일부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아동학대 신고 남용 사례들에 대응하여 개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023년 12월 26일부터 시행 중이다.

2024년에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의 개정 「아동 ·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민법」 개정에 따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상속권 상실결정 제도의 도입, 입양아동의 권익을 보장하고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의 제정 등 아동청소년의 권익을 증대하는 여러 입법이 이루어졌다.

반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던 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충청남도와 서울특별시는 교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였는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 현상의 원인이라는 근거가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는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성장, 발달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이므로 「양육비 이행법」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2024년 3월 27일 양육비 미지급 부(父)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첫 재판 사례가 인천지방법원에서 나왔다.

◇장애인의 인권=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2023년 5월 말 기준 264.7만 명이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장애노인의 지속적인 증가 경향을 보였다. 장애인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은 20.8%로 전체 인구 중 수급자 비율 4.8%에 비해 약 4.3배 높은 수준이다. 2023년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는 총 5,497건으로 전년의 전체 신고 건수 4,958건에 비하여 10.9% 증가하였고, 그 중 장애인학대 의심사례는 2,969건(총 신고건수의 54.0%)으로 전년의 2,641건에 비하여 12.4% 증가하였다.

시행된지 16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전면개정이 필요하다 할 것이고, 장애인 인권에 관한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인 개인예산제'와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는 지금은 시작 단계라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나 결국 장래에 있어서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기를 기대한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감축' 및 '탈시설 조례 폐지'의 결과가 우려스럽다. 2020년 서울시가 노동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최중증 · 탈시설 장애인에게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하고 경기 ‧ 강원 ‧ 전북 ‧ 경남 등 지자체로 확대되었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이 폐지되면서 참여했던 400명의 최중증장애인이 집단해고 당했다. 서울시는 일자리를 잃은 장애인들이 새로 도입되는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 일자리 사업'으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장애인단체는 이에 수긍하지 않고 있다.

법원의 판결 및 헌법재판소,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있어서는, 장애인의 인권을 퇴행시키는 판결이나 결정이 일부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판결이나 결정은 장애인의 권리를 확고하게 하는 데 기여하였다.

◇노동권=2024년의 노동권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년에 비해 정규직 근로자가 감소하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근로 시간도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에서 감소하였다. 노동조합 조직률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정부가 2024년에도 노동 개혁을 중요한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았으나,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내건 현장 단속 외에는 임금, 근로 시간 등 개편에서 아무런 성과는 없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선에도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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