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어우러질 헌법의 풍경

2025-03-03

“윤석열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과 헌법의 풍경들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윤석열 탄핵심판 국회 대리인단 장순욱 변호사가 최후변론에서 한 말이다. 헌법을 오염시킨 자는 윤석열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여야 국회의원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난민이나 이주민을 별도의 사법 절차 없이 최대 20개월까지 외국인보호소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외국인보호소는 이름만 보호소일 뿐 창문도 환기시설도 없는 감옥이다. 2021년 모로코 국적의 난민이 두 손과 두 발이 뒤로 묶인 채 화성외국인수용소에 감금된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23년 3월23일 헌법재판소는 사법적 심사 없이 이주민을 무기한으로 강제구금할 수 있게 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에 근거해 법률을 개정해야 할 국회가 사법 심사 조항은 쏙 빼고 사람을 1년8개월 동안 가둘 수 있는 법률을 대안 입법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세계 모든 사람이 함께 번영한다는 인류공영이 새겨져 있고 헌법 제12조는 사법기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국민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윤석열이 파면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더라도 이주민과 난민에게 대한민국 헌법은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 이전부터 헌법적 권리를 빼앗긴 국민도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노동자에게 강제로 업무를 지시할 수 있다. 화물노동자가 이를 거부하면 화물운송 자격이 취소·정지되거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를 업무개시명령이라고 한다. 헌법 제12조 명확성의 원칙, 제15조 직업 선택의 자유, 제37조 기본권 제한의 원칙, 강제노역 금지와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유린한 악법이다.

1987년에 제정된 헌법 자체가 낡은 경우도 있다.

헌법 제32조는 근로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33조는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최저임금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다단계 하청구조로 인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자가 노동3권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헌법에 있는 근로자를 모든 일하는 사람으로, 최저임금제를 법정임금제로 바꾸어 특고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적정소득을 보장하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노조법 2, 3조 개정을 통해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윤석열은 최후진술에서 개헌을 위해 대통령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은 국민을 지키는 방패이지 범죄자의 방패가 아니다. 다른 정치인들도 권력구조에만 관심을 가질 뿐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개헌을 말하지 않는다. 윤석열에게 모진 탄압을 받았던 화물·건설 노동자가 빼앗긴 헌법적 권리를 되찾으려 행동에 나선다. 오는 7~8일 화물차와 건설기계에 노동 기본권을 싣고 목포와 부산을 출발해 정부세종청사를 거쳐 서울로 행진한다. 개헌과 입법을 통해 노동자가 배제되지 않는 아름다운 헌법의 풍경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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