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에 대해 말하는 것도 금지....알제리 내전의 비극과 아픔 [BOOK]

2025-12-05

후리

카멜 다우드 지음

류재화 옮김

민음사

내전의 아픔이 서린 땅, 알제리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이다. 1991년 총선에서 이슬람주의 정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자, 군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십 년간 무장투쟁이 격화되며 내전이란 비극의 역사가 쌓였다. 비극은 언어화되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의 알제리는 내전을 말하고 글로 남기는 행위가 금지된 상황. "국가적 비극의 상처를 이용하거나 도구화하"는 일체의 행위가 헌법상 범죄로 규정됐다. 충분히 되돌아보며 반면교사 삼아야 할 비극을 '없었던 일'처럼 여겨지게 하려는 거다.

저자는 이런 법을 "전 세계 유례없는 2차 가해"로 보고 내전의 역사를 들춘다.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시간을,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내는 비극 이후의 시간을 이야기로 썼다. 내전으로 인해 다섯 살 무렵 목소리를 잃은 여성 '오브'의 눈과 입을 빌려서다.

알제리 정부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에서 거주 중인 저자는 이 책으로 지난해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았다. 책 제목 '후리'는 이슬람 신화에서 천국에 사는 아름다운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 저자는 "여성들은 천국이 아닌 우리 곁에 있다"며 내전의 기억을 평범한 여성의 목소리로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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