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두는 두산그룹 사업개편안의 성공 여부가 소액 주주의 손으로 넘어갔다. 지난 7월 첫 개편안 발표 이후 소액주주 반발, 금융감독원 제동 등으로 진통을 겪다 지난 22일 4개월 만에 금감원의 승인을 받았지만, 남은 여정도 만만치 않다.
주주총회에서 개편안 시행에 필요한 만큼 주주 동의를 얻어야 하고 주식매수청구 관문을 넘어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소액주주 비중이 커 증권업계에선 “공은 소액주주 손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우선 넘어야 할 관문은 주총이다. 다음 달 12일 예정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주총에서 개편안에 대한 주주 동의를 얻어야 한다. 회사의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대상이라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 참석 및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필요한 만큼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개편안은 무산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최대주주인 ㈜두산의 지분이 68%라, 주총 통과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정이 다르다. 소액주주의 지분이 65%다. 최대주주인 ㈜두산 지분(30.39%)에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해도 31% 수준이라 두산측 우호지분만으로 주총 통과를 자신하기 어렵다. 결국 소액주주의 지지 없이는 개편안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회사의 주총 문턱을 넘으면 해당일(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주식매수청구가 진행된다. 주총에서 반대표나 기권표를 던진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얼마나 행사할지가 관건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매수청구 규모를 최대 6000억원,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두산측은 각각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할 계획이다. 만약 이 기간 기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금액이 한도액을 넘으면 부족한 액수만큼 금융기관에서 차입해야 한다. 이 경우 재무상 타격, 합병 효과 등을 다시 따져야 해 개편안은 다시 검토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 청구가는 한주당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는 한주당 8만472원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현재 주가(22일 종가 기준)는 한주당 2만2100원으로, 주식매수 청구가를 웃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한주당 6만9400원으로, 주식매수 청구가보다 14% 낮다. 두산로보틱스 주주 입장에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그만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 주주의 10%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주식매수청구 한도를 넘어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에서 합병비율(두산로보틱스 대 두산에너빌리티)을 1대 0.0321에서 1대 0.043으로 높이면서 그간 두산밥캣 분할·합병을 반대했던 소액주주들의 마음이 얼마나 돌아섰는지가 관건"이라며 "그러려면 현재 주가가 중요한 요소인 만큼 두산이 주가 부양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