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끝났다. 한국야구대표팀이 조별 예선도 통과 못하고 탈락해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결승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대만이 일본을 4-0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세계 야구 랭킹 1위’이자 국제대회에서 무려 27연승을 달려온 일본이 안방이자 일본야구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대만을 상대로 한 점도 뽑지 못하고 완패를 당해 우승을 놓쳤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프리미어12는 물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대만이 최강팀 일본을 꺾고 우승했다는 것 역시 충격적이었다.
당연히 대만과 일본의 분위기는 극과 극일 수밖에 없다.
대만은 당연히 축제 분위기다. 우승을 이끈 린웨핑 대만 야구대표팀 감독은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우승의 기쁨은 대만 야구팬 모두를 위한 것이다. 팬들만이 우리를 응원해주며 용기를 갖게 해줬다"면서 "선수들이 이뤄낸 일(우승)이 정말 기쁘다.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그들을 이끌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팬들과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리며 감격했다.
대만 현지 매체들이 전한 대만의 분위기는 축제 그 자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대만의 우승 후 자신의 SNS에 "야구대표팀은 우리 나라의 영웅"이라고 칭하며 대표팀의 귀국 비행기를 전투기가 호위하도록 하고, 대대적인 우승 기념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이칭더 총통의 SNS 게시글에는 "11월 24일을 국경일로 지정해주면 좋겠다"는 댓글도 등장했다.
반면 일본은 침통한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일본 대표선수들은 대만전 완패로 우승을 놓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대회 조별 예선에서 일본은 대만을 3-1로 꺾었다. 결승전 전날(23일) 열렸던 슈퍼라운드(4강) 마지막 경기에서도 일본은 대만을 9-6으로 제압했다. 그런데 막상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대만에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대만과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홈런 두 방을 맞고 4실점해 패배의 원인 제공을 한 도고 쇼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은메달을 벗어던지며 "원하던 메달 색깔이 아니다. 분해서 메달을 목에 걸고 있을 수 없다"고 자책했다. 에이스 역할을 했던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건스)도 "준우승을 목표로 야구를 하지 않는다. 전승 우승을 목표로 한 대회였다. 이 메달을 걸고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은메달을 바로 목에서 빼냈다.
일본 야구팬들의 분노가 치솟고 대표팀에 대한 성토도 쏟아지고 있다. 일본 매체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일부 팬들은 당장 이바타 히로카즈 대표팀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맹렬한 비판을 했다.
다만, 일본이 이번 대회 예선과 슈퍼라운드에서 8전 전승을 거둔 점을 높이 사야 한다며, 결승전 한 경기 결과로 감독이나 대표팀을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프리미어12는 끝났지만 뜻밖의 우승을 한 대만이나, 믿기 힘든 패배로 우승을 놓친 일본이나 대회 여파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